애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농업ㆍ식품株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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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대한제분 등 밀 수입하는 제분업체 약세
농기계·비료생산은 '수혜'…대동공업·효성오앤비 급등
농산물펀드도 수익률 9.1%
농기계·비료생산은 '수혜'…대동공업·효성오앤비 급등
농산물펀드도 수익률 9.1%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로 다시 불거진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6일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밀을 수입하는 제분업체 등 음식료주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낸 반면 농업 생산효율과 관련된 농기계 · 농약주는 일제히 급등해 대조를 이뤘다.
◆음식료 업종에 그림자
국내 1위 제분업체인 CJ제일제당은 이날 3.72%(8500원) 떨어진 22만원까지 하락했다. 대한제분도 4.97%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물가통제로 제분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를 제품값에 전가시키기 어렵다"며 "밀 가격 상승이 실적 악화로 나타나는 것은 6개월 뒤지만 주가는 실적에 앞서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음식료 관련주들도 부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보합(-0.03%)이었지만 음식료업종 지수는 0.54% 떨어졌다. 오리온이 0.99% 하락했고 롯데제과(-0.44%) 농심(-0.22%) 등도 약세를 보였다. 지기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밀가루 값이 당장 인상될 가능성은 낮더라도 곡물가격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더라도 어떤 농산물을 원료로 쓰느냐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원료인 타피오카,맥아(몰트) 가격이 안정적인 데다 재고가 충분한 하이트맥주,진로 등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정기 SK증권 연구원은 "제당 · 제분업체가 가장 피해가 클 것"이라며 "대두 등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농산물을 원료로 쓰는 식용유업체들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기계 · 비료업체는 수혜
농업 생산과 관련된 종목들은 일제히 올랐다. 농기계주 가운데 국내 경운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대동공업이 7.90% 급등했고 콤바인 이양기 등을 생산하는 아세아텍(4.52%) 동양물산(3.08%) 등도 강세를 보였다. 비료업체인 효성오앤비는 상한가까지 치솟았고,농약주 가운데 동방아그로(3.72%) 동부하이텍(2.11%) 등도 오름세를 탔다. 종묘업체 농우바이오가 6.49% 상승한 것을 비롯 해충을 구제하는 천적 곤충을 생산하는 세실(1.61%) 등의 '틈새종목'까지 애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따른 수혜를 누렸다.
정근해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이 국내 농업의 수혜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며 "이상 기후 등 농업 생산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늘어날수록 농업 생산효율과 관련된 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산물 펀드도 활황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 조짐으로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5개 해외 농산물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1개월 수익률(6일 기준)은 평균 9.11%로,테마별 펀드 중 천연자원펀드(10.5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신한BNPP포커스농산물펀드'(12.01%),'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펀드'(11.63%) 등 개별 펀드들은 대부분 해외 주식형 평균(7.50%)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펀드들의 전망도 밝다"며 "지금까지 가격 상승률이 낮고 재고물량이 적어 가격상승 여지가 큰 옥수수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애그플레이션이 중국 긴축정책에 영향을 줘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료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33%인 반면 주택은 13%"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긴축정책이 상당기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