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이 단기에 폭등하면서 국내 식품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급등하고 있는 곡물 가격이 이르면 2~3개월 뒤 국내 제품 원가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당장 올 하반기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사료 설탕 커피 등을 중심으로 한 식품업체들은 조만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고물량을 줄이는 동시에 소맥의 경우 월 1회 정도이던 구매횟수를 짧게는 주 1회로 전환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바빠진 식품업체 '곡물구매팀'

배동찬 삼양사 곡물구매팀 부장은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밀가루 원료인 소맥의 경우 한 달 새 50% 넘게 급등하면서 사전 대책을 마련해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가 소맥값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분할 매수.배 부장은 "보통 20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번씩 국제시장에서 소맥을 구입했으나 지난달부터 주 1회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향후 소맥 가격전망이 극히 불투명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식용 밀가루 원료로 사용하는 소맥 수입국은 품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집중돼 있어 단기적으로 수입선을 다양화하기도 쉽지 않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에서 소맥을 주로 들여오는 사료업체들은 더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에서 사료용 소맥을 수입하는 대한제당은 러시아의 소맥 수출금지 조치가 주변 국가들로 번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 회사 조용문 홍보팀장은 "곡물구매팀은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며 "우크라이나 현지 소맥 수출업체들이 수출계약을 파기할 가능성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커피 1위 업체인 동서식품은 미국 뉴욕 국제선물거래소에서 파운드당 1.3달러 수준이던 커피 원두(아라비카) 가격이 최근 1.7달러까지 올라가면서 재고물량을 줄였다.

안경호 동서식품 홍보실장은 "원두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통 4개월치 정도로 운용하던 재고물량을 최근 2~3개월치로 줄였다"고 말했다.

◆올 4분기 밀가루 가격 인상 가능성

소맥 옥수수 커피 등의 국제 곡물가격 단기 급등이 당장 국내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이 선물거래를 통해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4~5개월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르면 오는 10월께부터 밀가루값을 시작으로 국제 곡물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제품들의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고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현재 2~3개월 정도의 재고를 갖고 있어 지금과 같은 곡물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10월께 가격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도 "제과제품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6~8% 정도"라며 "설탕 가격에 이어 밀가루 값까지 오른다면 제품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심성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