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임채웅)는 A씨(75)가 '이혼 후 재산 분할 협의를 못한 상태에서 전 남편이 사망했다'며 재산을 상속받은 전 배우자와 전처 사이 자녀들을 상대로 낸 재산 분할 심판 청구 사건에서 "상속인들은 A씨에게 총 89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이혼을 이유로 한 재산 분할 청구는 상대방이 생존해 있을 때만 이뤄져야 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재산분할청구권은 공동 재산의 청산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전 배우자가 사망했다고 이 권리가 제한될 경우 상속인들은 부당하게 이득을 얻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재산분할청구권을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26년에 이르는 혼인기간 동안 가정주부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전 남편의 일을 돕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받은 보험금이 부동산을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재산 분할 비율은 각각 50%로 정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07년 12월 남편과 26년간의 혼인생활을 정리하고 협의 이혼했다. A씨는 이혼한 이듬해에 전 남편이 사망해 재산이 전 남편과 그의 전처 사이 자녀들에게 공동 상속되자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 분할을 청구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전 배우자가 사망했더라도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