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부적절한 예산집행을 견제하고자 공익 목적의 주민 소송을 냈어도 상당한 정도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는 나모 씨(37)씨 등 관악구 주민 5명이 `구 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김효겸 전 구청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달라'며 관악구청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구청장이 구정 홍보사업을 맡은 업체에 대해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금을 지급한 점이 인정된다"며 "하지만 홍보비 지출 과정에 일부 하자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관악구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는지, 그 액수가 얼마인지에 관해 주민들이 입증을 다했다고 볼 수 없어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도 손해의 존재와 구체적인 액수에 대한 입증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나씨 등은 서울시에 청구한 주민감사 결과, 관악구가 2007년과 2008년 지방자치대상을 받는 대가로 홍보비 2천790만원을 지출하고, 홍보사업을 맡은 업체가 계약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3천500만원의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등 세금을 낭비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관악구의 부적절한 예산집행 사실을 확인하고도 홍보비 회수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회사에 돈을 지급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당시 구청장 김효겸 씨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며 관악구청장을 상대로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주민소송제는 지자체의 위법한 재무ㆍ회계 처리에 대해 주민이 감사를 청구했다가 그 결과에 불복할 경우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06년 1월 도입됐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