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부처 '수장(首長)'이 바뀐 제약업체 주가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주는 8·8 개각으로 영리법인 허용 등의 정책 이슈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급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관 교체가 상위 제약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나, 개각을 앞두고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이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정책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차바이오앤 등 줄기세포주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진수희 의원이 복지부 장관에 내정, 앞으로 영리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민영화 정책이 강력한 모멘텀(상승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9일 오전 10시56분 현재 상위 제약사(시가총액 기준)인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제약 LG생명과학 한미약품 일양약품 부광약품 등이 일제히 전 거래일보다 상승세다.

더욱이 대표 줄기세포주로 분류되고 있는 차바이오앤은 전 거래일 대비 11% 이상 급등한 1만1300원~1만1400원 사이를 오가며 급등세다. 지난주말에 이어 이틀째 강세다. 또 다른 관련주인 위노바도 7% 가까운 급등세다.

김현태 신영증권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제약업체들의 주가가 지난주부터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던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이 전 복지부 장관의 결정으로 일괄 최대 20% 인하돼 당초 예상(약 50%)보다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난히 정책이슈에 민감한 제약주들의 경우 지난 상반기 내내 새 약가제도 등 관련정책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제도시행으로 일부 정책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새 약가제도 대로 정책이 시행됐더라면 5년 가까이 정책이슈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지만, 일관인하로 2년 이내에 약가제 관련 이슈가 마무리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효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기존의 정책 이슈가 점차 해소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기등재약 일괄인하 정비로 향후 제약사들의 실적전망 등 예상범위 내에서 측정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나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원·달러) 하락 등으로 수출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내수주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 같다"며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제약주들이 정책관련 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돋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줄기세포주에 대한 전망은 그야말로 '장밋빛'이다.

최종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줄기세포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정부의 정책 이슈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줄기세포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슈는 줄기세포, 바이오시밀러, 헬스케어 순으로 제시됐다"며 "아직까지 줄기세포에 대한 후속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 인물이 새 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후속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현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도 "이 대통령의 인수위 시절 한 축을 담당했던 새 복지부 장관이 내정되면서 영리병원 허용 기대가 급상승 중"이라며 "영리병원 이슈는 기획재정부가 그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터라 이번 장관 교체로 인해 관련이슈가 급물살을 탈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리병원 도입이 가능해지면 차바이오앤, 위노바 등 줄기세포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치료제가 나오면 차병원을 갖고 있는 차바이오앤은 환자를 유도해 치료,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영리병원 허용에 관한 정책 이슈가 등장한다면 줄기세포주 테마가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