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7번'은 날 깨워준 걸작"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음대 교수(43)는 쉬는 시간에도 활을 놓지 않는다. 일이 밀려도 어떻게든 자투리 시간을 내서 연습한다. 늘 남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에게 한껏 만족스러운 연주회는 드물다. 공연 때마다 작품의 이상을 좇지만 막이 내린 후 매번 자신을 채찍질한다.

오는 19일부터 시작하는 '7인의 음악인들' 공연도 마찬가지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 7번'은 항상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하는 위대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순회 공연에서만 10여 차례나 연주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주 횟수가 늘어날수록 제 몸에 더 깊이 뿌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는 19일 창원 성산아트홀을 시작으로 20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2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씨와 함께 이 곡을 연주한다.

"일명 '대공'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베토벤이 교향곡,협주곡 등 걸작을 완성하고 대가가 됐을 때 쓴 곡으로 매우 영적이에요. 그의 전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곡인데 음악가로서 이런 곡을 연주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쇼팽의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도 들려준다. 쇼팽이 젊은 시절 쓴 이 곡은 산뜻하면서 사랑스럽고 피아노 선율도 화려한 게 특징이다.

'7인의 음악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의 실내악 공연이다. 1997년 정명훈,한동일씨 등이 한 무대에 섰던 '7인의 남자들' 공연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한국 연주자들을 한자리에 모으자는 취지였다. 이후 피아니스트 백혜선씨 등 여성 연주자들이 참여하면서 '7인의 음악인들'로 이름을 바꿨고 매년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2002년에 슐로모 민츠,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 최정상 음악가들이 참여해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공연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일정 조정 문제 등의 이유로 7년간 휴지기에 들어갔다.

작년에 부활한 '7인의 음악인들'은 올해에도 지휘자 정명훈씨의 피아노 연주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씨,첼리스트 송영훈씨 등의 공연을 선사한다. 작년과 다른 점은 비올리스트 최은식씨가 빠지고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씨가 합류했다는 것.

양씨는 '7인의 음악인들'의 원년 멤버다. 그는 "처음에는 젊은 축에 속했는데 이제는 젊은 아티스트를 배려해야 하는 중견 연주자가 됐다"며 "몇 년 전부터 눈여겨봐 온 신예 연주자들과 최상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실내악은 독주,교향악단과의 협주 등과 달리 서너명이 팀워크를 이뤄 한순간에 완성하는 묘미가 있어요. 첼로의 소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피아노를 대신할 수는 없고 피아노는 바이올린 선율을 똑같이 만들 수 없죠.서로 다른 악기가 만나 어머어마한 음악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실내악입니다. "

그는 내달 16일에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슈트로세와 실내악 공연을 펼친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서양 음악사에서 서로 뗄 수 없는 브람스와 그를 인정해준 슈만의 판이한 음악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슈만의 '5개의 민요풍 소품',브람스의 '소나타 2번' 등 해외 연주회에서도 한번에 듣기 어려운 정말 '클래식'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