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이들의 매수·매도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증시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주력 수급주체인 만큼, 이들의 매수 기조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이 전기전자업종에 대해 차익실현에 나서는 등 최근 저평가 메리트를 고려해 일부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9일 외국인 투자자는 매도 우위로 장을 시작했으나 오후 들어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오후 1시40분 현재 3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 26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다만 최근 나타낸 전기전자업종 매도 우위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176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 중이다.

◆ 외인 최근 2일 가장 많이 산 종목은?…"LG전자"
[분석]외인 매수세 '주춤'…"저평가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중"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5∼6일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고판 종목은 무엇일까.

코스콤에 따르면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98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LG전자(금액기준·433억원)로 나타났다.

뒤를 이은 매수 우위 상위 종목은 NHN 효성 아모레퍼시픽 LG화학 KINDEX200 현대모비스 KT&G 삼성엔지니어링 POSCO 강원랜드 OCI 삼성물산 기아차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만도 두산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순이었다.

순매도 종목 1위는 LED(발광다이오드) 업황 둔화 우려가 제기되며 급락한 삼성전기였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 LG이노텍 KB금융 삼성SDI LG디스플레이 삼성증권 삼성전자 우리금융 LG GS건설 LS산전 현대제철 한진해운 LG
[분석]외인 매수세 '주춤'…"저평가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중"
생활건강 롯데쇼핑 현대건설 호남석유 외환은행 LG유플러스가 매도 우위 상위 종목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인 순매도 상위 종목 20개 가운데 7개(삼성전기 하이닉스 LG이노텍 삼성SDI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LS산전)가 전기전자 업종에 속했다.

상반기 주도업종인 IT(정보기술)·자동차·화학·운송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IT를 이익실현 차원에서 팔고, 덜 오른 업종에 대해 비중을 다소 늘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종 내에서도 부문별 업황 전망과 저평가 매력에 따라 비중을 재편성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에 따라 같은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LG전자의 경우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며 순매수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반면 LED 업황 전망 우려가 반영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고, LCD 패널 업황과 관련해 삼성SDI LG디스플레이 역시 매도 종목군에 속했다는 설명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도업종 가운데 IT는 팔았지만 자동차와 화학은 비중을 늘렸다"며 "KT&G, NHN, 아모레퍼시픽, 강원랜드 등 시장 방어적 성격이 강한 내수 관련주와 함께 LG전자, 삼성중공업 등 시장 소외주를 매수했다"고 풀이했다.

양창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같은 철강 업종 안에서도 상승률이 높은 현대제철은 팔고 덜 오른 포스코는 내다팔았다"며 "은행주의 경우 KB금융은 팔고 저평가 종목군인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매수했다는 데 비춰 업종 내 실적 호조 및 저평가 종목군을 골라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ETF(상장지수펀드인) KINDEX200과 상반기 시총 비중이 확대된 LG화학이 매수 상위에 속했다는 점 등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 전문가 "외국인, 장기 매수기조에는 변함없다"

최근 2거래일 연속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기록한 가운데 외인이 주도하는 증시 상승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생겨났다. 아울러 상반기 주도주인 IT와 자동차의 시장 대비 상승률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지수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가의 매도 기조가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약화됐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개선되면서 주변 여건이 국내증시에 우호적으로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고용시장이 기대보다는 느리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 경기선행지수 저점 형성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한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특정 업종과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혹은 달러화 약세와 관련한 움직임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는 IT업종에만 집중돼 있다"며 "IT업종을 제외할 경우 외국인투자가는 국내 증시에서 지난달 21일 이후 꾸준히 순매수 우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세가 신흥시장, 아시아, 그리고 한국증시가 선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에 최근 외인 매도세가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셀 코리아' 혹은 안전자산으로의 회귀 시도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