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절반을 마치고 집권 후반기를 준비하는 차원의 대규모 개각을 하리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상됐다. 그러나 6 · 2지방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끝나면서 여권 내외에서 쇄신 차원의 개각 압력이 커지고,재 · 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뒤집기에 성공함으로써 주동성(主動性)이 관철되는 개각이 가능하게 됐다. 구체적인 인사과정을 알 길이 없지만,안정을 키워드로 하는 본래의 구상에 지방선거 민심을 반영한 소통지향의 젊은 내각이라는 플러스 알파가 조합된 것으로 추측된다.

39년 만의 40대 총리 발탁과 젊어진 내각이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요직의 연령대는 지난 노무현 정권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노 정권이 경험 부족의 386을 중용한 것에 대한 반대의 선택이 있었고,대통령이 동시대를 함께한 사람들을 우선 발탁했기 때문이다.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보수는 경험을 중시하기에,나이를 기준으로 인사의 적부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은 세계사에 그 유례가 없이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은 만큼,노 · 장이 조화된 리더십이 절실하다.

과거 농경사회보다 현재의 한국사회를 예견해 준비된 것처럼 보이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우리는 세대가 다르면 그 사고방식을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 살고 있다. 인간은 대체로 20대 전후에 가장 지적활동이 왕성해 새로운 것을 잘 흡수하는데,그 후에는 기존의 정보와 지식을 이용하는 데 주력하고 변화에 둔감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계속 전념하는 분야 외에는 낡은 정보를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세대가 조화된 리더십을 구성해야 사회의 변화를 제때 반영한 국정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

신임 총리 내정자는 청년층과의 소통을 화두로 제시했다. 기존 유권자들은 정당 지지성향이 고정된 층이 다수이나 새롭게 유권자로 진입하는 청년층은 백지상태인 만큼 그들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경쟁이 중시된다. 젊은 내각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청년층과의 소통을 잘할 거라는 가설은 성립하지 않지만,관심 그 자체가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 우리 사회는 여야의 정치적 갈등과 시민단체와 지식인의 영역에서의 이념갈등이 중첩돼 있으며,이런 위로부터의 갈등이 국민 전반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소통의 노력이 성과를 내려면 배제가 아닌,경쟁의 문화로 진화하는 구조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친위내각에 관한 논란도 있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하에서 집권 후반기의 관리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경험으로 증명됐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다수가 임기 후반기에 심지어 자신과 한배를 탄 여당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현실에서,폭넓은 인재풀의 활용을 주문하기란 쉽지 않다. 집권 후반기에는 팀워크의 문제도 제기되는데,집권세력의 입장에서 이른바 우리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을 쓸 여유가 그만큼 줄어든다. 친위내각 결점의 보완은 대통령 몫이다. 일은 손발을 잘 맞출 사람들과 하더라도 정보유통의 폐쇄성을 막기 위해 다양한 층과의 소통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

경제팀과 안보팀은 대체로 유임되었는데,집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는 북한문제이다. 전반적 체제위기 상황에서 3대 세습을 추진중인 김정일 정권은 천안함 도발에서 알 수 있듯이,남북의 인위적 긴장조성을 위기타개의 돌파구로 삼으려고 한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북한이라는 불안요소에 얽히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으나 이는 희망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천안함 사건에서 간결하고 명료한 대응이 잘 안되고 말이 먼저 앞서는 등 적지 않은 미숙함이 있었는데,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이다.

홍진표 계간 시대정신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