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에 10억달러가 투입되는 철강공장 건설이 올해 말 시작된다. 톈진강관그룹이 세우는 이 공장 유치를 위해 미국의 33개시가 경쟁을 벌였다. 미 일리노이주 록퍼드시에선 최근 태양전지 패널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완샹그룹이 세운 공장으로 이달 중 열릴 준공 기념식엔 패트 퀸 일리노이 주지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의 지방정부가 실업난 해소를 위해 중국 기업 유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현지사무소를 둔 미국의 주정부와 시정부가 30여곳에 이른다.

'미국은 자본과 기술을,중국은 노동력과 시장을 제공한다'는 미 · 중 비즈니스 패턴이 바뀌고 있다. 중국 기업의 미국행이 대표적이다. 여기엔 과거 일본 기업의 미국 진출처럼 무역마찰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톈진강관의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원유 시추용 파이프(유정관)는 미국이 최고 429%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철강제품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은 인수 · 합병(M&A) 형태로도 나타난다.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미 기업 인수 규모는 전년의 3.8배인 38억7900만달러에 달했다.

양국 기업이 해외 시장 파트너로 뛰는 협력 모델도 등장했다. 6월 뭄바이 등 인도 4개 지역에서 고속무선데이터통신서비스 사업권을 획득한 미 퀄컴은 중국의 3.9세대 통신표준인 TD-LTE를 사용할 예정이다. 차이나모바일이 채택한 3세대 이동통신 표준인 TD-SCDMA의 확장판인 TD-LTE는 일본과 미국의 통신사업자들도 채용을 검토 중이다. 모토로라와 IBM도 TD-LTE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미 업계 관계자는 "TD-LTE가 세계에 널리 보급되면 미국 기업도 돈을 벌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표준에 미국 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로 설비 등의 비용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주요 2개국(G2) 표준은 전기자동차에서도 나올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방중 때 전기차 표준 공동 제정에 합의했다. 양국의 신차 판매량은 전 세계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양국 표준이 세계표준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노동자들의 연쇄 파업과 위안화 절상 등 급변하는 중국 사업 환경은 한국의 기업인과 당국자들에게 새 대중국 접근 전략을 요구한다. G2 기업 간 경쟁과 협력의 패턴 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