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해외 주식형 펀드가 5개월 만에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앞질렀다. 글로벌 경기의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증시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6일 기준)은 7.85%로,국내 주식형 평균수익률(5.53%)을 2%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국가별로는 러시아펀드가 14.49%로 가장 수익률이 높았고 대만펀드(10.33%)와 중국본토펀드(9.32%)도 선전했다. 글로벌 재정 위기의 진앙지였던 신흥유럽펀드(12.30%)와 유럽펀드(9.31%)도 해외 주식형 평균수익률을 끌어올렸다. 테마형 펀드 중에선 천연자원펀드(11.60%)와 농산물펀드(11.17%)가 나란히 11%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이 국내 주식형을 제친 것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동반 침체에 빠졌던 글로벌 증시가 최근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머징 국가 증시가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힘입어 상승세로 반전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9.7%,러시아 RTSI지수는 8.4%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6.4%)을 웃돌았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이머징 국가로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된 데다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란 호재까지 겹쳐 이머징 국가의 증시가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지만 환매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해외주식형에서 최근 한 달간 약 1조400억원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 펀드의 비과세 혜택이 지난해 말 종료됐지만 투자 매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조언한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고 많이 오른 국내 증시는 가격 메리트가 떨어져 해외 펀드가 일정 부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미 전고점을 돌파한 인도나 이에 육박한 브라질보다 아직 밸류에이션(주가수준)에서 메리트가 있는 러시아 중국 등에 관심을 갖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