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7월 생산자물가지수가 6월에 비해 0.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발표했다.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 4월 0.8%,5월 0.5%의 급등세를 보였으나 6월엔 0.3% 하락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채소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 전달 대비 기준으로 상추가 51.6%,배추와 마늘이 각각 47.0%와 35.6% 뛰었다.

무 양파 오이 등의 상승률도 20%를 웃돌았으며 호박도 15.8% 올랐다. 채소 전체로는 14.7% 상승했고,이 여파로 농림수산품 전체 지수가 1.5% 뛰었다. 과실과 축산물은 각각 2.1%와 0.7% 하락했고 수산식품은 2.7% 떨어졌다. 공산품은 보합세를 나타냈으며 서비스요금은 0.2%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3.4% 올랐다. 5월과 6월의 4.6%에 비해선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최근 국제 곡물가격 급등이 국내 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기 한은 통계국장은 "기존의 계약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국내 물가에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언제 얼마만큼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곡물가격이 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의 경로는 크게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재 가격을 올리는 직접적인 경로,수입물가 상승으로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줄고 국산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생산자물가를 올리는 간접적인 경로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물가통계 편제 개선을 권고한 것과 관련,"당장 수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계절적 요인으로 생산되지 않는 수박 등 12개 농산물 물가에 바로 전달의 가격을 적용하는 '보합 처리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IMF는 이 방식 대신 유사 상품 가격을 적용하도록 조언했다.

김 국장은 "한국에선 유사 상품을 찾기 힘든 현실적 제약이 있으며 주요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편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MF 권고대로 하면 오히려 통계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향후 물가 기준연도를 개편할 때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