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광주전자, 에어컨라인서 TV도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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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버리고 '셀' 방식 도입
3개월여만에 공장 신속 개조…직원들 '혼류공정' 가상 연습
'똑똑한 라인'…생산성 30%↑
3개월여만에 공장 신속 개조…직원들 '혼류공정' 가상 연습
'똑똑한 라인'…생산성 30%↑
광주광역시 오선동에 있는 삼성의 백색 가전공장인 삼성광주전자.9일 용접기를 잡고 에어컨 실외기 조립을 하고 있는 직원들의 얼굴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한 직원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요즘처럼 신나는 때가 없다"고 말했다. 곧 이어 "여기가 세계에서 최초로 에어컨도 만들고 TV도 만들 수 있는 만능 생산라인"이란 자랑이 이어졌다. 지난 1년간 의 준비를 거쳐 TV-에어컨 동시 생산 시스템을 갖춘 광주공장을 찾았다.
◆TV의 DNA를 에어컨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이색 결정을 내렸다. 세계 TV 시장 1등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에어컨사업부를 맡도록 한 것."세계 1등의 DNA를 심어주자"는 뜻이었다. 에어컨사업을 거느리게 된 윤부근 VD사업부 사장은 임원들을 불러모았다. "에어컨 공장에서 TV를 만들고,TV공장에서도 에어컨을 만들 수 있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직원들은 당황했다. 에어컨과 TV를 같이 만든다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윤 사장은 곧 제조혁신팀을 꾸렸다. 현장 직원들이 TV와 에어컨을 모두 만들 수 있도록 생산라인 조정에 들어갔다. 이들이 내놓은 답은 '셀(cell)'이었다. 기존 컨베이어벨트 형식을 버리고 한 사람이 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삼성은 인도 노이다 공장,첸나이공장,광주공장 등을 개조하는 데 들어갔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TV,에어컨 동시생산 방식을 안착시키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 같다는 보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윤 사장은 안되겠다 싶어 TV IT(정보기술) 지원팀을 불렀다. TV와 에어컨의 공정수를 맞추고 생산 과정 중 발생 가능한 오류를 실시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IT 기술이 더해지면서 공장 개조 속도는 3~4개월로 확 줄었다.
조재석 에어컨제조그룹장은 "에어컨 성수기인 상반기에 에어컨을 만들고,TV 판매기인 하반기에 TV를 만들 수 있는 똑똑한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회사는 삼성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셀'에선
삼성의 '셀'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 평 남짓한 실제 생산공간은 비어 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라인을 따라 정사각형 모양의 작업대가 드나든다. 작업대는 생산이 진행되는 속도에 맞춰 부품을 실어나른다. 작업자 머리 위로는 모니터가 있다. 몇 대를 만들었고,불량은 없는지를 화면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볼트를 잘못 조였을 경우 화면에 불량상태를 표시하는 빨간불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광주에선 9초마다 한 대의 에어컨이 만들어진다. 직원들은 '사이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으로 에어컨과 TV 공정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숙련도를 높인다. 현장 관계자는 "수원사업장에서 TV를 만들어 광주공장은 당장 에어컨만 생산하고 있지만 여기 직원들은 다양한 전자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다"고 귀띔했다.
TV와 에어컨의 접목은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생산성이 전보다 평균 30%가량 높아졌다. 에어컨이 TV와 함께 거실에 두는 전자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디자인을 통일하면서 '가구' 느낌도 살렸다. '김연아 에어컨'이라는 애칭으로 올초 선보인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삼성전자는 최근 브라질 TV 공장을 이 같은 셀 방식으로 개조에 들어갔다.
광주=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