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쉬어가는 장세 예상
인플레이션 우려 대비
원자재·에너지株 비중 높여야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51 · 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풍전환론'을 제시했다. 대부분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이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중 최소 1800대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달리 상당히 보수적인 전망이다.
박 대표는 노무라증권 서울지점 애널리스트,대우투자자문 펀드매니저,SEI에셋코리아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거쳐 2000년 한가람투자자문을 설립했다. 한가람투자자문은 운용자산이 1조2236억원(3월 말 기준)으로 업계 2위지만 최근 인기몰이 중인 '자문형 랩'보다는 국민연금 등 기관 자금을 운용하는 데 주력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그는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는 이유로 그동안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전제조건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정보기술(IT) · 자동차 업계에 집중된 데다 정부가 수출기업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쓴 덕분에 국내 IT · 자동차 업체들이 '깜짝실적'을 거두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는 진단이다.
박 대표는 "경기부양책은 올해로 마무리되고 환율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시장에 맡겨 두는 쪽으로 바뀐 것 같다"며 "주도주 실적이 2분기 또는 3분기에 고점을 찍으면 증시가 강하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더라도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최근 국제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생각보다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향후 투자전략과 관련,"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에는 실물자산 하면 부동산이었지만 앞으로는 원자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소재 · 에너지 관련 주식이나 원자재 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앞으로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내수경기는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아모레퍼시픽,CJ오쇼핑처럼 중국 내수시장에서 돈을 버는 기업들의 주가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가람투자자문은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가치투자 스타일의 전략을 펴고 있지만 개인은 중소형주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박 대표는 "국내 휴대폰 · 가전 · 자동차 대기업들이 원화 강세로 마진이 떨어지면 협력업체들에 나눠줄 '파이'가 줄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부진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영업이익률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요즘 같은 상황에선 이런 기업들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소형주 중에서도 영업이익률과 시장점유율이 높고 특정 대기업이 아닌 여러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은 주목할 만 하다고 박 대표는 조언했다.
글=김동윤/사진=신경훈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