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맞벌이 부부의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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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가사노동시간 남편의 5배
'밥은 여자가' 깨야 결혼·출산 늘어
'밥은 여자가' 깨야 결혼·출산 늘어
중국에서 치러진 한국 남자와 중국 여자의 결혼식.한국에서 식을 올렸지만 신부의 가족을 위해 마련됐다고 했다. 주례 없이 진행된 식에서 사회자가 신랑에게 물었다. "돈은 누가 법니까,제가요. " "누가 씁니까,부인이요. " "밥은 누가 합니까. 제가 합니다. " 신부에게 물었다. "이 순간부터 신랑과 시댁의 비밀을 영원히 지킬 것을 맹세합니까,네."
한국 결혼식에서 이랬다간 시어머니는 물론 친척들까지 쓰러질지 모른다. 맞벌이가 일반화된 지금도 집안일은 죄다 여자 몫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신혼 초 물 먹으러 주방으로 가던 남편이 돌아와선 "나 결혼했지.여보 물 갖다 줘" 한 일도 있다지만 남자는 물론 중년 주부들도 모이기만 하면 "우리 남편은 집안일이라곤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맞벌이를 하든 말든 남편 아침밥은 꼭 챙겨주라"고 조언하는 남성도 있다. 출근길에 양복 입은 채 토스트를 먹는건 보기 싫고,술냄새 나는 유부남이 몰래 김밥집에서 해장 라면을 먹는 모습은 처량해 보인다는 이유다. 아무리 바빠도 남편 아침밥은 꼭 직접 챙겼다고 말하는 여성 명사도 있다.
"식사 한 끼 갖고" 할지 모르지만 아침 밥상 차리기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밥과 국에 반찬을 놔야 하는 한식도 번거롭지만 토스트에 계란프라이를 곁들이는 서양식 아침이라고 더 수월하지도 않다. 실제 매일 아침 밥상을 받는 남편은 5명 중 1명이고,10명 중 4명은 주 2회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주부도 아침밥 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을 하자면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야근하고 회식에도 참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한 뒤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 남편에게 아침밥을 챙겨주지 못하면 "일한답시고" 하는 판이다.
맞벌이 여성은 밥을 안해도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씻고 옷 입으면 그만인 남자와 달리 여자는 옷 입으랴 화장하랴 출근 준비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침대보도 정리해야 하고 전등과 가스불은 제대로 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함께 출근하려면 기다리는 남편 때문에 마음은 마냥 바쁘고 그러다 보면 허둥거리다 한두 가지씩 빠트리는 일도 잦다.
이런데도 남편은 집안일을 거들기는커녕 일하는 아내 때문에 남편 대접을 못 받는다고 여기는 수가 흔하다. 말로는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거의 손을 놓는 게 그것이다. 맞벌이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이 하루 42분으로 아내의 20%고 심지어 홑벌이 남편보다 2분이나 적다는 조사결과는 맞벌이 아내들의 고충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애도 낳으라고 말하는 건 기름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5년 동안 20조원 가까이 쏟아붓고도 왜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지,'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물음에 기혼여성의 14.1%,미혼자의 20.3%만 동의하는 현실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짐작하기도 어렵지 않다.
맞벌이는 대세다. 미혼남성 대다수가 맞벌이를 원한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아내보다 늦게 일어나거나 TV를 보며 독촉할게 아니라 아내가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밥 푸고 김치를 꺼내 상을 차리거나 토스트와 커피라도 내놔야 한다. 그러면 둘 다 아침식사를 할 수 있을 테고 길거리에서 김밥이나 햄버거를 먹거나 라면으로 해장할 일 따윈 없을 것이다.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다. 손자를 안아보고 싶으면 천하 없어도 남편 아침밥은 챙겨 먹이라고 닦달할 게 아니라 누구든 여유있는 사람이 준비하라고 일러야 한다. 전업주부도 아이를 낳고 나면 집안일과 육아에 치여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마당이다. 결혼생활이 힘겹고 고단하면 아무도 결혼하려 들지 않을 테고 그럼 출산율 제고와 인구 증가는 요원한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수석논설위원
한국 결혼식에서 이랬다간 시어머니는 물론 친척들까지 쓰러질지 모른다. 맞벌이가 일반화된 지금도 집안일은 죄다 여자 몫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신혼 초 물 먹으러 주방으로 가던 남편이 돌아와선 "나 결혼했지.여보 물 갖다 줘" 한 일도 있다지만 남자는 물론 중년 주부들도 모이기만 하면 "우리 남편은 집안일이라곤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맞벌이를 하든 말든 남편 아침밥은 꼭 챙겨주라"고 조언하는 남성도 있다. 출근길에 양복 입은 채 토스트를 먹는건 보기 싫고,술냄새 나는 유부남이 몰래 김밥집에서 해장 라면을 먹는 모습은 처량해 보인다는 이유다. 아무리 바빠도 남편 아침밥은 꼭 직접 챙겼다고 말하는 여성 명사도 있다.
"식사 한 끼 갖고" 할지 모르지만 아침 밥상 차리기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밥과 국에 반찬을 놔야 하는 한식도 번거롭지만 토스트에 계란프라이를 곁들이는 서양식 아침이라고 더 수월하지도 않다. 실제 매일 아침 밥상을 받는 남편은 5명 중 1명이고,10명 중 4명은 주 2회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주부도 아침밥 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을 하자면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야근하고 회식에도 참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한 뒤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 남편에게 아침밥을 챙겨주지 못하면 "일한답시고" 하는 판이다.
맞벌이 여성은 밥을 안해도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씻고 옷 입으면 그만인 남자와 달리 여자는 옷 입으랴 화장하랴 출근 준비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침대보도 정리해야 하고 전등과 가스불은 제대로 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함께 출근하려면 기다리는 남편 때문에 마음은 마냥 바쁘고 그러다 보면 허둥거리다 한두 가지씩 빠트리는 일도 잦다.
이런데도 남편은 집안일을 거들기는커녕 일하는 아내 때문에 남편 대접을 못 받는다고 여기는 수가 흔하다. 말로는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거의 손을 놓는 게 그것이다. 맞벌이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이 하루 42분으로 아내의 20%고 심지어 홑벌이 남편보다 2분이나 적다는 조사결과는 맞벌이 아내들의 고충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애도 낳으라고 말하는 건 기름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5년 동안 20조원 가까이 쏟아붓고도 왜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지,'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물음에 기혼여성의 14.1%,미혼자의 20.3%만 동의하는 현실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짐작하기도 어렵지 않다.
맞벌이는 대세다. 미혼남성 대다수가 맞벌이를 원한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아내보다 늦게 일어나거나 TV를 보며 독촉할게 아니라 아내가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밥 푸고 김치를 꺼내 상을 차리거나 토스트와 커피라도 내놔야 한다. 그러면 둘 다 아침식사를 할 수 있을 테고 길거리에서 김밥이나 햄버거를 먹거나 라면으로 해장할 일 따윈 없을 것이다.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다. 손자를 안아보고 싶으면 천하 없어도 남편 아침밥은 챙겨 먹이라고 닦달할 게 아니라 누구든 여유있는 사람이 준비하라고 일러야 한다. 전업주부도 아이를 낳고 나면 집안일과 육아에 치여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마당이다. 결혼생활이 힘겹고 고단하면 아무도 결혼하려 들지 않을 테고 그럼 출산율 제고와 인구 증가는 요원한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