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유리”…외화표시채권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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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회사채보다 금리 낮아
한달새 5개 기업이 3억弗 발행
외화대출 규제로 수요 더 늘어
한달새 5개 기업이 3억弗 발행
외화대출 규제로 수요 더 늘어
국내 기업들의 외화표시채권 발행이 최근 들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달러화나 엔화로 발행되는 채권이지만 주로 운용자금 조달 용도여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소화되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이 개선된 데다 금융시장 안정으로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비용도 낮아져 국내에서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오는 12일 100억엔(약 1362억원) 규모의 2년 만기 엔화표시채권을 발행한다. 이달 중 결제해야 하는 134억엔의 원재료 구입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산업은행이 전액 인수할 예정이다.
지난주에는 한진중공업과 롯데알미늄이 설비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각각 5000만달러의 달러표시채권을 발행했다. 지난달에도 포스코파워(8000만달러)와 비앤지스틸(3000만달러)이 달러표시채권을 발행했다. 최근 한 달 새 5개 기업이 3억달러 이상의 외화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외화채 발행이 늘어난 것은 달러와 원화 간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내려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CRS 3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지난 5월 초 3%대에서 지난달 말 2.35%까지 떨어졌다. 이는 곧 리보금리(은행 간 단기금리)에 프리미엄을 얹어 연 1.6~4.0% 수준에 외화채를 발행한 뒤 이를 다시 원화로 바꿀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0.65%포인트 가까이 줄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한 단계(환전)를 더 거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이때 조달 비용이 직접 원화 회사채를 발행할 때의 비용보다 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주 달러채권을 발행한 롯데알미늄(신용등급 A0)의 경우 연 1.6%인 발행 수익률을 원화로 환산하면 연 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A0'인 회사채 발행 수익률이 연 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포인트가량 비용을 줄인 셈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외국인들의 한국 채권 매수 규모가 커져 지난달 CRS 금리가 내림세를 보였다"며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채권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는 점도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이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 용도의 외화대출을 규제하면서 외화채권 쪽으로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그동안 단기차입 등을 통해 필요한 엔화자금을 그때그때 조달했지만 이번엔 원 · 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을 감안해 외화채권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자는 "최근 국내 은행들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확보한 외화자금의 운용수단으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외화채에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등 향후 외화채뿐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발행하는'코리안 페이퍼'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