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복합유통단지 '파이 시티' 개발사업이 좌초됐다. 이 사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파산신청을 접수시켰다고 9일 밝혔다. 채권단은 시행사를 배제한 채 법원 파산관재인의 관리하에 개발사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기업회생 대신 파산 선택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법원에 의지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회생절차신청과 파산신청 등 두 가지다. 파산신청은 한마디로 빚잔치다.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신청한다.

기업회생절차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될 때 관리인의 관리하에 재기를 모색하기 위해 선택한다.

채권단이 처음부터 파산신청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재기를 시도하다가 법원이 기각하면 그때 청산 절차를 밟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행사인 ㈜파이시티가 사업을 스스로 끌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며 "사업에서 시행사를 배제하기 위해 파산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파산관재인 관리를 받으며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바로 빚잔치를 하는 게 아니라 복합유통단지 개발 사업을 완료한 뒤 청산 절차를 밟겠다는 의도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만장일치로 사업 완료를 희망하는 만큼 법원도 채권단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사업 완료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 조기 정상화의 관건은 법원이 얼마나 빨리 파산 결정을 내주느냐 여부다. 채권단 측은 "파산 결정은 통상 한두 달 정도에 끝난다"고 밝혔다.

◆시공사선정 · 분양에도 난관 산적


채권단은 시공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와 협상 중이다. 시공사를 선정하면 바로 분양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난관은 많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선 시공사들이 시공비를 회수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부담이다. 분양에 실패하면 자칫 시공비를 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분양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면적이 넓은 데다 최악의 분양 실적을 보이고 있는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실패가 직격탄


파이시티는 대지 9만6017㎡에 지상 35층짜리 2개 업무용 빌딩과 화물터미널,14만3682㎡의 쇼핑몰,12만1199㎡의 백화점 · 할인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연면적 75만8606㎡ 규모로 국내 최대 유통복합단지다. 총 사업비는 2조5000억원이다.

2003년 부지를 경매로 매입한 ㈜파이시티는 인 · 허가 절차가 6년간 지연되면서 작년 11월에야 건축 허가 및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브리지론으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만 4000억원가량 발생했다.

문제는 사업초기에 1년 만기로 빌려온 브리지론 및 이자(8780억원)의 만기가 12일로 다가오면서 표면화됐다. 부동산시장 침체,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PF시장 위축 등으로 시행사가 자력으로 만기를 연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대주단은 파산이란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됐다.

이 사업의 채권단은 하나UBS자산운용 부동산펀드(3900억원),우리은행(1880억원),교원공제회 농협 등 나머지 채권단(30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