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사진)가 오는 11일 이임식을 갖고 총리실을 떠난다.

정 총리는 9일 총리공관에서 출입기자들과 가진 이별 오찬간담회에서 "당분간은 심각하고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빈둥거리는 자유를 누려볼까 한다"며 "그간 못본 지인들과 만나고 (좋아하는) 야구장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저를 성장시켰듯이 총리라는 과분한 기회를 통해 더 성장하게 된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의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낮은 곳을 비추는 지성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추진에 대해 "풀기 어렵다는 이유로 눈을 감는다는 것은 양식있는 사람의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국가 백년대계이며 후손들을 위한 시대적 책무였다"며 "이런 시각에서 보면 세종시 수정 추진도 절반은 성공이라는 총평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러나 "정치권이 정파와 계파의 이해관계,그리고 대권과 당권 ·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다가오지 않더라"며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총리로 일하면서 첫째는 정치권에 올 데가 아니라는 생각,둘째는 여기 와서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명감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플랜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대권 5룡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를 어릴 때 키워주신 스코필드 박사의 '정치는 깨끗한 것이 되지 못하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말씀과 조순 선생님의 '항상 미래에 뭘 한다든지 안 한다든지 단언하지 말라'는 충고를 새기고 살아왔다"며 즉답을 피했다.

작년 9월 총리직 수락배경과 관련,정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신도 서민이고 나도 서민이고 서민을 위해 잘 해보자'는 말에 감동했다"며 "국정운영의 원칙을 확립하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위해 노력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정책의 3화(고교 교육의 자율화 · 대학 자율화 · 학력차별완화)와 대기업 · 중소기업 상생 제도는 확립하지 못해 아쉽지만 기초는 닦아 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국무위원들과의 부부동반 만찬에서 정 총리에 대해 "들어올 때 생각했던 것보다 일년을 함께 지내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시작은 어렵게 했어도 국민들에게 총리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주고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