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8일 단행한 개각에서 내세운 '세대교체'로 공무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40대 총리가 발탁되고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장관들이 속속 입각함에 따라 나이든 고위 관료들이 퇴출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일각에선 이번 개각 후속으로 각 부처 '가급'(옛 1급) 이상 고위 간부 대상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뒤따를 것이란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장관보다 나이 많은 실 · 국장 수두룩

한국경제신문이 9일 각 부처별로 총리 및 장관과 1급 이상(차관급 포함) 고위 공무원들의 평균 연령을 조사한 결과 1급 이상 나이가 장관이나 총리보다 많은 부처는 4곳에 달했다. 국무총리실은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48세인 데 비해 1급 이상 고위 간부 13명의 평균 나이는 52.7세로 5살 가까이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급 이상 5명의 평균 나이가 57.6세로 부처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주호 장관 내정자(49세)보다 8.6세 많았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유정복 장관 내정자가 53세인 데 비해 1급 이상 간부 5명의 평균 나이는 54.2세에 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신재민 장관 내정자(52세)보다 1급 이상 간부 5명의 평균 연령(53.8세)이 더 높았다.

부처별로 1급 이상 평균 연령은 교과부에 이어 외교통상부가 55.5세로 높았고 행정안전부 54.5세,농식품부 54.2세,여성가족부 54세,국토해양부 53.9세 순이었다. 1급 이상 간부 평균 나이가 가장 젊은 곳은 고용노동부로 52세였다.

◆1급 이상 간부들 좌불안석

국무총리실은 세대교체를 대표하는 김 전 경남도지사가 총리로 내정된 데다 국무총리실장(장관급)도 젊어져 1급 이상 고위 간부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냈던 임채민 총리실장 내정자는 52세로 현 권태신 총리실장(61세)보다 9살이나 적다. 더구나 임 내정자는 행시24회로 조원동 사무차장(23회 · 54세),김호원 국정운영2실장(23회 · 52세)보다 늦다. 총리실의 상당수 1급 간부들은 임 내정자와 행시 동기이거나 나이가 비슷하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신임 총리와 총리실장이 젊어졌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혹시 세대교체 바람이 고위 간부들에게까지 불어닥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역대 최연소 장관이 내정된 교과부도 자못 긴장하고 있다. 이주호 내정자는 아직 40대여서 부처 실장급은 물론 대부분 국장급 간부보다 어리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실장급 4명은 54~58세로 모두 50대 중 · 후반이다. 국장급(2급) 간부도 이기봉 교육선진화정책관과 김규태 평생직업교육국장 등 2~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50대 초 · 중반이다. 교과부 내부에서는 이번에 대폭적인 물갈이 후속 인사가 있을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과부 내부뿐 아니라 시 · 도교육청 부교육감과 국립대 사무국장들 가운데는 본부 실장을 역임한 간부를 포함해 50대 중 · 후반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차관의 장관 승진을 계기로 인사적체가 다소 뚫리리라는 기대가 있지만 대폭 물갈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젊은 장관이 내정된 농식품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민승규 제1차관(49세)을 제외한 나머지 1급 이상 간부 4명은 나이가 54~56세로 내정자보다 1~3살 많다.

◆추진력과 전문성 조화 필요

세대교체 바람에 따른 공무원 사회 불안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전문성이나 경륜을 가진 관료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때에 따라선 분위기 쇄신을 위한 세대교체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집권 후반기에 일관되고 안정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나이보다는 전문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젊은 총리와 연륜 있는 장관,또는 젊고 추진력 있는 장관과 전문성 있는 간부처럼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공직사회 전체적으로 팀워크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연구소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세대교체에 얽매일 경우 노무현 정부 초기 대대적 물갈이 인사로 국정 불안을 초래했던 오류를 답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고위 관료들의 나이가 많아진 것은 현 정부 들어 인사적체가 다른 어느 때보다 심해졌기 때문"이라며 "집권 후반기 정책 권한을 청와대에서 부처로 대폭 이양하기로 했다면 세대교체보다는 전문성 위주로 인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종태/정태웅/장진모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