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장관급 9명을 교체한 대폭 개각에 이어 각 부처의 차관급 인사도 큰 폭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차관급의 경우 여러가지 면에서 인사 요인이 많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에서 장관급으로 승진한 차관들로 인해 기본적으로 인사 수요가 발생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초 이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적이 없어 공무원들의 인사 적체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청와대는 특정기준 없다지만…

8 · 8 개각으로 각 부처에 50대 초 · 중반의 젊은 장관들이 대거 포진한 데다 차관인사도 세대교체형으로 이뤄지게 되면 공직사회의 물갈이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청와대는 차관인사에 대해 장관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특정한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은 없다고 하지만 내각이 쇄신형으로 가는 만큼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우선 큰 폭의 차관급 인사가 있었던 지난해 1~2월에 임명된 차관과 그 이전에 임명된 차관들은 대체로 교체 대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에 장관이 바뀌는 특임 · 교육과학기술 · 보건복지 · 지식경제 · 문화체육관광 · 농림수산식품 · 고용노동부 등 7개 부처 차관들도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새 차관을 임명해 분위기를 일신하고 조직 장악력을 높이려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교과부 · 문화부 등 연쇄 인사

교과부와 문화부는 모두 1차관이 장관으로 승진해 연쇄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화부의 경우 장관이 된 신재민 1차관 후임으로 유병한 문화콘텐츠산업실장,곽영진 기획조정실장,조창희 종무실장,모철민 국립중앙도서관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대기 2차관은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도 이주호 장관이 맡았던 제1차관 자리에 외부 인사 수혈보다는 내부 승진 인사가 예상된다.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다.

이에 따라 16개 부처 차관 24명과 2처 처장 등 26명 가운데 이미 교체된 법제처장을 포함하면 최대 16명 정도가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임차관으로는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 1비서관이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농식품부,교과부,행정안전부 등은 1, 2 차관이 모두 교체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토부는 교체가 예상됐던 정종환 장관이 유임됨에 따라 차관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 권도엽 1차관은 정 장관과 함께 이명박 정부 출범 때,최장현 2차관은 지난해 1월에 임명됐다. 이들이 교체될 경우 후임은 외부 수혈이 아니라 내부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경제부처 1명씩 교체 가능성

복지부, 지경부, 기획재정부 등은 각각 차관 1명 정도의 교체가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재정부의 경우 이용걸 2차관의 이동 가능성이 있다. 이 차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예산 편성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공기업 개혁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등 빈틈없는 일처리 능력을 보여왔다. 당초 총리실장 후보 등으로 거론됐으나 이번 개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공석으로 남겨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차관이 이동할 경우 류성걸 예산실장이 2차관으로 올라가고 그 자리를 김동연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이 메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경우 민간인 출신인 장수만 차관의 재임 기간이 1년8개월을 넘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군 개혁' 임무를 받고 왔다는 점에서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통일부,법무부,여성가족부 등은 현 차관이 임명된 지 오래되지 않아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도 행정고시 24회인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내정됨에 따라 23회인 조원동 사무차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차관급 인사 시기는 새로 내정된 국무위원들의 인사 청문회가 모두 끝나는 이달 하순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관이 유임된 부처들부터 차관 인사를 단계적으로 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홍영식/정종태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