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계 손해보험사들이 한국 시장 진출 8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적자를 냈고 시장 점유율도 처음으로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에서 영업 중인 17개 외국계 손해보험회사가 2009 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에 8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2008 회계연도에 비해 적자 규모가 8배로 증가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들 손보사는 2007년 4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08년 108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보험영업에서는 보험금 지급 증가로 전년(-649억원)보다 678억원 늘어난 1327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는 전체 손보사 작년 보험영업 손실(9365억원)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외국계 손보사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손실폭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계 손보사의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104.5를 기록했다. 보험료를 100원 받았다면 보험금과 회사 운영비,판매 수수료 등으로 104.5원이 나갔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손보사들의 합산비율은 101.0에 그쳤다.

투자영업에서 외국계 손보사는 674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규모는 전년보다 4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급여력 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203.2%로 1년 전보다 10.6%포인트 떨어졌다. 보유보험료는 1조9569억원으로 국내 손해보험 시장(43조791억원)의 4.5%를 차지해 시장 점유율이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외국계 손보사가 2001년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시장 점유율이 낮아진 것은 처음이다.

외국계 손보사들의 실적이 나빠진 것은 질병 관련 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진 데다 짧은 업력으로 운용자산 규모도 작아 투자 수익이 크지 않았던 탓으로 분석된다. 또 운용자산의 대부분을 채권과 예금 등 안전자산 위주로 굴리면서 주가 상승의 혜택도 별로 얻지 못했다.

조운근 금감원 손해보험서비스국 상시감시팀장은 "지난해 장기 손해보험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외국계 손보사는 이들 상품을 거의 취급하지 않아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