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대한 유동성 규제를 다룬 '바젤Ⅲ 금융규제 방안'이 은행채 수요 감소와 함께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하정 SK증권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10일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최종안이 확정되겠지만 지난달 말 바젤은행감독위원회 합의로 사실상 대략적인 틀은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은행들이 확보해야 하는 유동성 자산의 범위가 달라짐에 따라 자금조달 창구인 채권시장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중앙은행 · 감독기구 수장회의가 지난달 26일 합의한 수정안에 따르면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고(高)유동성 자산'에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가 포함된 반면 은행채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금융채는 모두 제외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개정안이 도입되면 그동안 금융채 매입에 치중했던 은행들이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금융채는 줄이고 국공채와 회사채 비중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황광숙 동부증권 연구원은 "은행채 수요가 줄면 은행채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곧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여서 결국 은행채 발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채는 수요 기반 확대에 힘입어 발행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동일한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대출보다 회사채의 유동성이 더 높게 평가돼 기업들도 대출보다는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