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에 정부가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가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해 중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다. 이 사업이 무산되면 사회 · 경제적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만큼 정 장관의 발언은 주목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PFV가 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의 이자 128억원을 내달 17일까지 갚지 못할 경우 부도가 나고 이 사업은 물건너간다. 파국(破局)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건설투자자들과 땅 주인이자 시행사 대주주인 코레일 간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은 토지 중도금 납입 시점 연기,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용적률(608%)을 800%로 높이거나 땅값(8조원)을 낮추는 방안,건설사들의 지급보증 등을 놓고 입씨름만 벌이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정부의 개입 여지가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져 차질을 빚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10여곳을 넘는 상황에서 용산에만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수익을 좇아 개발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 외에도 개별 PF사업에 정부가 나설 경우 생길 수 있는 형평성 논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업규모 3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 무산될 경우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고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도 크다. 코레일의 적자탈출도 불가능해져 결국 국민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코레일과 코레일의 주관부서인 국토부,건설투자자,서부이촌동 아파트지구를 포함시켜 총 사업비를 늘어나게 만든 서울시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PF사업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돼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현명한 중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