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 · 중소기업 상생과 친서민정책에 대한 대기업들의 '화답'이 시작됐다.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10일 동시에 '미소금융 지원 확대'와 '2,3차 협력사 지원'을 골자로 하는 상생방안을 처음으로 내놨다. 지난달 말 이명박 대통령이 "미소금융은 고기 잡는 그물이다","대 ·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상생이 필요하다"며 '친서민'을 강조하고 나선 지 2주 만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각각 미소금융 지원 확대 방안과 다양한 상생협력안을 준비 중이다. 경제계는 삼성과 현대차를 시작으로 '상생 및 서민 지원 방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 · 기아차,"영세 협력사 지원 강화"

현대 · 기아차가 발표한 '협력사 원자재 수급 안정화 지원 방안'은 2,3차 협력업체의 자생력 강화를 돕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2,3차 협력업체들은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1차 협력업체보다 강도 높은 원가절감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우선 주요 원자재인 철판을 그룹 차원에서 한꺼번에 구입해 1차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사에도 공급해 주기로 했다. 그룹이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매한 철판을 영세 협력업체에까지 공급해줌으로써 개별 구매 때보다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철판 사급제'를 통해 가격 인상에 따른 위험을 자체적으로 흡수,다수의 협력업체가 양질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룹 측 구상이다.

현대 · 기아차는 철판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의 국제 시세가 5% 이상 변동했는지를 분기별로 살펴 이를 제품값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1차 협력사 부품값에 반영해준 원자재값 인상분이 2,3차 협력사 납품가격에도 반영됐는지를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1차 협력사에 대해 납품값을 올려줘도 이 효과가 2,3차 업체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현대 · 기아차는 2,3차 협력업체들의 해외 동반 진출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해외에 진출한 1차 협력사는 250여개,2,3차 협력사는 220여개다. 작년 3조1748억원이던 현대 · 기아차 해외공장의 2,3차 협력사 구매액을 올해 53% 늘릴 계획이다. 총 4조848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성,미소금융 기금 '두 배'로

삼성은 사회와의 상생방안을 먼저 내놨다. 서민 금융사업인 미소금융 재원 확대가 그것이다. 저소득층,저신용자들에게 담보와 보증 없이 4%대의 금리로 자립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 기금을 당초 3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두 배 늘려잡았다. 출연금 규모를 두 배로 늘린 것은 삼성이 처음이다.

이순동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자활의지가 강한 서민들을 위해 지원금을 대주는 미소금융 대출에 대한 홍보 등의 부족으로 그간 대출금이 17억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지원 자격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는 데다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지점이 부족해 올해 예산 300억원 가운데 일부만을 대출해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삼성은 기금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서민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성'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첫 번째 시행할 프로젝트는 화물지입차주 대출안이다. 오는 16일부터 소득이 200만원 안팎인 화물지입차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집단대출' 등의 파격적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미소금융을 활용하면 연 4%대의 금리에 1인당 한도는 5000만원이다. 삼성은 다문화가정,노점상 등 직업과 계층별로 상품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지점 수도 늘린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시장에 들어선 수원지점처럼 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전통시장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현재 7개인 지점을 다음 달까지 13개로 확대한다. 삼성은 2,3차 협력사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상생방안과 사회적기업 지원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조재길/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