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역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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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의 90% 이상은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다. 징그럽다 싶은데 이유가 전혀 없진 않은 모양이다. 30대는 물론 20대 발기부전 환자가 적지 않다는 까닭이다. 취업과 업무 부담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 탓도 있지만 성충동 역치가 높아진 것도 원인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등 미디어 속 음란물 홍수로 인한 성적 자극이 지나치다 보니 정상적 상황에선 발기 중추가 반응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역치'란 감각세포 흥분에 필요한 최소치다. 문턱값이라고도 하는데 비슷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올라가게 돼 있다.
역치가 높아진 탓인가. 대중매체의 선정성과 폭력성 수위가 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케이블TV와 인터넷TV는 말할 것도 없고 공중파TV조차 차마 얼굴을 들고 쳐다보기 힘든 장면들로 넘쳐난다. 10대 걸그룹이 아슬아슬한 차림으로 섹시댄스를 추는 것도 모자라 아동이 이를 흉내내는 장면까지 버젓이 나온다.
TV와 인터넷이 선정적이라면 영화는 좀 더 폭력적이다. '추격자'의 성공이 바람을 불어넣었을까,잔혹한 복수극이 줄을 잇는다. '무법자'와 '파괴된 사나이'에 이어 '아저씨'가 개봉됐고,표현 수위 때문에 두 번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수정 편집 중인 '악마를 보았다'도 대기 중이다.
'아저씨'의 경우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이웃집 아이를 유괴한 범인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인데 살상(殺傷) 장면의 잔혹함 때문에 "끔찍하고 불쾌하다"는 일부 반응에도 불구,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피가 흐르는 것만으로 모자라 튀기고 솟구치는 복수극이 만들어지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강력범죄는 이어지는데 공권력은 믿기 어렵고 단죄는 제대로 안된다는 인식이 작용하는데다 가슴 속 억물린 감정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한몫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잔인한 장면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보여주느냐가 흥행을 좌우한다고 여기는 듯한 것은 우울하고 서글프다. 미디어가 수용자,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최근 4년 한국의 성범죄 발생이 69%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넘쳐나는 음란물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물에 대한 대책 강구의 시급함을 전하고도 남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하기엔 여파가 너무 소름끼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인터넷 등 미디어 속 음란물 홍수로 인한 성적 자극이 지나치다 보니 정상적 상황에선 발기 중추가 반응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역치'란 감각세포 흥분에 필요한 최소치다. 문턱값이라고도 하는데 비슷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올라가게 돼 있다.
역치가 높아진 탓인가. 대중매체의 선정성과 폭력성 수위가 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케이블TV와 인터넷TV는 말할 것도 없고 공중파TV조차 차마 얼굴을 들고 쳐다보기 힘든 장면들로 넘쳐난다. 10대 걸그룹이 아슬아슬한 차림으로 섹시댄스를 추는 것도 모자라 아동이 이를 흉내내는 장면까지 버젓이 나온다.
TV와 인터넷이 선정적이라면 영화는 좀 더 폭력적이다. '추격자'의 성공이 바람을 불어넣었을까,잔혹한 복수극이 줄을 잇는다. '무법자'와 '파괴된 사나이'에 이어 '아저씨'가 개봉됐고,표현 수위 때문에 두 번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수정 편집 중인 '악마를 보았다'도 대기 중이다.
'아저씨'의 경우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이웃집 아이를 유괴한 범인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인데 살상(殺傷) 장면의 잔혹함 때문에 "끔찍하고 불쾌하다"는 일부 반응에도 불구,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피가 흐르는 것만으로 모자라 튀기고 솟구치는 복수극이 만들어지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강력범죄는 이어지는데 공권력은 믿기 어렵고 단죄는 제대로 안된다는 인식이 작용하는데다 가슴 속 억물린 감정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한몫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잔인한 장면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보여주느냐가 흥행을 좌우한다고 여기는 듯한 것은 우울하고 서글프다. 미디어가 수용자,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최근 4년 한국의 성범죄 발생이 69%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넘쳐나는 음란물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물에 대한 대책 강구의 시급함을 전하고도 남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하기엔 여파가 너무 소름끼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