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에서 동반 성장으로 발전해 나가겠다. "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달 12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소 협력사들과 상생 경영에 그치지 않고 동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KT는 이날 협력사들과의 동반 성장 실현을 위해 3불(不) 선언을 했다. △중소기업의 인력이나 돈 등 자원을 무책임하게 낭비하지 않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의 경쟁 환경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컨버전스(융합) 시대에는 대기업이 혼자 성장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는 협력사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협력관계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KT는 협력사들이 KT의 구매 수요를 예측할 수 있도록 수요 예보제를 도입했다.

협력업체들이 과다한 재고로 떠안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당장 이달 1일 '수요 예보제'의 일환으로 하반기 8900억원 규모의 물품 구매 계획을 홈페이지(www.itceo.org)에 공개했다.

또 통신산업 변화로 향후 1~2년 내 구매 수요가 50% 이상 급감하거나 구매 중단이 예상되는 품목을 사전 통보하고 있다. KT는 아울러 협력사가 제안한 아이디어나 기술이 도용되거나 경쟁 기업에 유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 비밀유지 계약을 맺을 방침이다.

그동안 돈이 오가지 않는 느슨한 제휴 협력에서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아이디어가 유출되곤 하는 구조를 바로잡는 조치다. 아이디어 보상구매 제도도 도입해 협력사가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제공할 경우 최대 50%까지 구매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협력사의 아이디어가 사업화되지 않을 경우에도 아이디어의 가치를 감안해 보상이 이뤄진다.

이 회장은 KT가 앞으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진출하지도,경쟁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가치사슬 전후방에 진출,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이다. KT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제로섬 경쟁을 지양하고 오픈 에코시스템을 기반으로 중소기업과 상호 영역을 키워 가는 포지티브섬으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KT라는 대기업이 중심 사업에 배수진을 치고 도전해야지,중소기업 영역을 기웃거리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6월 이후 최저가 입찰 폐해 방지,유지 · 보수비 지급 확대,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자립 기반 강화,현금 결제 및 금융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강화해 왔다. 오픈 에코 정책을 통해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자들을 지원하고 건강한 IT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 5월 KT 구매전략실이 114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구매 혁신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기 협력사 제도 등 15개 항목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22점의 좋은 점수를 얻었다. KT는 이러한 성과에 그치지 않고 '상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동반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