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호 태풍'뎬무'가 북상하면서 10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려 도로와 논이 침수되는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 은평구에선 게릴라성 폭우로 진관동 삼천사 계곡과 불광천 물이 갑자기 불어나 야영객 2명과 택시 운전기사 1명이 물에 휩쓸려 내려갔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1명은 실종됐다.

서울시와 은평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일대에는 약 3시간 동안 100여㎜에 달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서울의 다른 구(區)에 같은 시간 동안 10~60㎜의 비가 내린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국지성 폭우였다. 서울에서 수해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2001년 7월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집중 폭우로 계곡에서 야영 중이던 이모씨(49)와 표모씨(53 · 여)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이 중 이씨가 사망하고 표씨는 실종됐다. 불광천 상암동 주변도로에 정차하고 있던 임모씨도 택시와 함께 휩쓸려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폭우로 불광천 주변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는 물론 은평구의 아파트와 주택,상가 건물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지역별 강수량은 북한산이 최고 130.5㎜를 기록했다.

태풍 뎬무는 중심기압 980헥토파스칼(hPa),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31m인 중형급으로 규모가 커져 한반도 전역에 많은 비 피해를 낳았다.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한 것은 2007년 9월 태풍 '나리' 이후 3년 만이다. 기상청은 뎬무가 북상하자 제주도에 태풍경보와 폭풍해일경보,남해 서부 전 해상에 태풍경보,경기 고양시에는 호우경보를 내렸다.

태풍 전면에 형성된 비구름의 영향으로 추풍령 문경 함양 강진 완도 등지에 60~100㎜ 의 비가 내렸다.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동두천 문산 양평 등이 50㎜ 내외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밤 사이 제주 서귀포 서쪽 해상을 통과한 태풍은 11일 새벽 남부 지방에 상륙해 북동진하고 있다.

뎬무는 12일 동해로 빠져나가 13일쯤 일본 삿포로 인근에서 온대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소멸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