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끝난 뒤 악재를 내놓는 일부 상장사의 '올빼미 공시'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주로 대규모 유상증자, 횡령·배임, 실적부진, 공급계약 기재정정 등을 장이 끝난 뒤 공시한다.

11일 코스닥업체인 트루아워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가격제한폭(-13.64%)까지 곤두박질쳤다. 회사가 전날(10일) 오후 늦게 '전 대표이사가 사기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단 한주도 매도하지 못한 이날 '쩜하한가'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트루아워는 전날 저가매수 유입 등에 힘입어 4% 이상 오른 상태서 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 측이 장중에만 악재 공시를 내놨더라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일부 매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코스닥업체인 네프로아이티는 전날 오후 6시께 극히 부진한 2분기 영업실적을 내놨다. 이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65%, 398%, 787% 급감해 적자로 돌아섰다.

산업용 모니터를 만드는 토비스도 오후 늦게 부진한 영업실적을 발표한 뒤 이날 오후 2시11분 현재 4% 이상 주가가 빠지고 있다. 장중 한때 6.7%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장마감 이후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를 결정한 관이음새 전문업체인 삼원테크도 7% 이상 급락 중이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송도 장마감 이후 단골로 등장하는 공시다. 의약바이오 제약사업을 벌이고 있는 스템싸이언스는 지난 9일 오후 5시46분께 주권교부에 관한 청구 소송 사실을 밝혔다.

회사 측은 그러나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소송과 회사는 직접 관련이 없으며, 대상 주식수가 극히 적은 수량인데다 더 이상 추가적인 개별 소송제기 가능성도 없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대규모 공급계약을 이미 공시한 상황에서 뒤늦게 공급계약 규모를 줄이거나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히는 상장사들도 장마감 이후에 주로 공시한다.

건축물 설계 및 감리업체인 희림은 지난 9일 포스코건설과 맺었던 러시아 사할린 오피스 빌딩 설계계약(2007년 11월 최초 공시)을 해지했다고 밝혔고, 거래소 상장사인 경남기업도 지난 5일 별내에너지와 체결했던 시설공사 계약을 해지했다고 장마감 이후 공시했다.

희림의 계약은 다만 계약상대방인 포스코건설의 해당프로젝트 관련 이사회 부의결과(지분포기)로 인해 해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