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 없습니다. "

11일자 본지 A8면에 보도된 '1000만원 넘으면 입금 안되는 稅우대 청약저축'제하의 기사를 취재하면서 지난 10일 국세청에 확인 전화를 걸었던 기자는 뜻밖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원천징수과 소속 공무원은 '청약저축 가입 당시 설정한 세금우대 한도가 초과할 경우 일단 불입이 중단되며 일반과세 통장으로 전환해 계속 불입하면 기존에 받았던 세금우대 혜택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기사 내용을 믿지 않았다.

기자도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청약저축 가입자 수만 100만명이 넘는 국민은행은 이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청약저축의 세금우대 한도가 꽉 차면 일반과세 통장으로 전환시키고 그동안 받았던 세금 혜택을 없앴다. 국민은행 측은 민원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해명만 되풀이했다.

국세청 공무원으로부터 몇 시간 뒤 연락이 왔다. 그는 1999년 이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해명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1999년 4월2일 국세청이 질의 · 회신한 유권해석(조특,법인 46013-1235)에 따르면 중도해지 또는 세금우대 배제 신청에 의해 과세 전환한 세금우대 통장은 '해당 통장의 개설일'부터 일반 통장으로 본다고 명시했다. 원래부터 일반과세 통장이었던 것처럼 간주되므로 이미 받았던 세금우대 혜택도 사라진다는 것.

이 같은 유권해석은 만기가 있는 일반통장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민주택 규모 이하 공공아파트 분양을 목적으로 한 청약저축은 만기가 특정 일자에 정해진 게 아니라 당첨일이 곧 만기가 되는 구조다. 게다가 청약저축은 불입액을 기준으로 당첨자가 가려진다. 지난 5월 실시된 보금자리주택 2차지구 사전예약에서 서울 세곡2지구 84㎡형의 당첨자 커트라인은 1749만원이었다.

애초에 만기가 없는 청약저축 통장에 세금우대 한도를 정해놓고 한도가 넘어서면 그동안의 세금 우대 혜택을 박탈한다는 것은 청약저축에 매달 돈을 불입해왔던 가입자들을 우롱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세무당국과 은행 모두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고객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호기 기자 경제부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