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금금리가 높아지자 은행 정기예금이 급증하고 있다.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은행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달 말 은행권 수신 잔액이 1048조1000억원으로 6월 말에 비해 3조5000억원 증가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부가가치세 납부의 영향으로 수시입출식 예금에서 4조8000억원이 빠져나가고,발행이 줄고 있는 양도성 정기예금(CD)에서 4조원이 줄었지만 정기예금이 12조4000억원 늘어나면서 은행권 수신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은행 정기예금 증가규모는 지난 2월의 14조84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6월 증가규모 8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4조원 늘어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각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높이면서 정기예금 증가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머니마켓펀드(MMF)의 금리 경쟁력이 약해지고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지속되면서 6조5000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3조2000억원 증가해 6월의 1조9000억원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반기 결산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일시 상환했던 자금을 다시 대출받은 데다 일부 외화대출이 원화대출로 바뀐 영향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가계대출은 1조5000억원 증가해 6월의 2조5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됐다. 하계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마이너스통장의 대출규모가 줄어든 결과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등을 포함할 때 2조4000억원 늘어 6월(2조7000억원)에 이어 꾸준히 증가했다. 대출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은 데다 은행들이 대출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라고 한은 관계자는 전했다.

은행 정기예금이 늘면서 통화량도 늘어 6월 광의통화(?H · 평잔)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9.7% 증가했다. 5월 증가율 9.3%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H에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금융기관 유동성(Lf · 평잔) 증가율은 9.3%로 2008년 12월(10.4%) 이후 가장 높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