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한은법 제1조는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물가안정이 한은에 주어진 최고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은은 줄곧 "중기 물가안정 목표를 정하여 국민에게 공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라며 이를 재확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월 김중수 한은 총재 취임을 계기로 한은의 역할이 물가안정에 머물기 보다는 더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늘의 TESAT 문제는 한은의 정책 목표다.

[문제] 다음 기사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두 가지 측면에서 한은을 변화시킬 것을 주문했다. 첫 번째는 한은이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보고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두 번째는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중앙은행에 걸맞은 역할을 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모델을 한은에 접목하고 국제사회에 G20 의장국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에 따라 한은에 대해 기존의 정책 목표 대신 새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 2010년 4월 2일자-

한은법은 한은의 설립 목적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 한은법에 따를 때 위의 기사에서 언급된 한은의 기존 목표를 올바르게 제시한 것은?

<보기> (ㄱ)물가안정 (ㄴ)금융안정 (ㄷ)고용안정 (ㄹ)경제성장 (ㅁ)외환시장 안정

①(ㄱ) ②(ㄱ),(ㄴ) ③(ㄱ),(ㄴ),(ㄷ)

④(ㄱ),(ㄴ),(ㄷ),(ㄹ)

⑤(ㄱ),(ㄴ),(ㄷ),(ㄹ),(ㅁ)


[해설] 한은법에 따른 한은의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경제성장은 한은의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문제의 정답은 ①이다.

한은이 물가안정을 최고의 목표로 정한 것은 1970년대 높은 물가상승이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는 준칙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위 테일러 준칙이라는 것을 정해 놓고 일관되게 이를 따르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의 판단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하는 재량주의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 준칙주의는 한은의 독립성과도 관련이 있다. 재량주의에 의해 통화량을 한은이 임의로 조절할 경우 인플레 억제보다 경기 부양을 선호하는 행정부의 압력을 견디기 힘들 뿐 아니라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차로 인해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한은이 추구해야 할 새 목표로 '고용'과 '금융안정'을 제시했다.

김 총재는 "경제정책이란 한마디로 고용과 물가의 두 개 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고용이 늘지 않는 경제는 지속되기 어려운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은이 성장문제에도 적극 관여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한은과 달리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는 물가안정과 성장(고용 · 성장률 제고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두 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은이 물가 안정 외에 성장도 목표로 삼으려면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안정을 한은의 목표에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올 들어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논의 자체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