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가 이란으로의 자동차 수출을 중단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 역시 지난달부터 이란으로 수출되는 자동차 선적을 멈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이란에 대한 제재 강도가 거세지면서 돈 받을 길이 막막해지자 기업들이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이란에 면직류를 수출하는 A사 사장은 며칠 전 한진해운을 통해 테헤란에 물건을 보내고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어떻게 뚫은 시장인데…"라는 생각에 계약상 연말까지 보내기로 한 물건은 일단 선적했는데 대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무역보험공사에 보험을 들어놓긴 했지만 이런 경우에도 보험금을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선 대(對)이란 무역 보증액을 대략 1조원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란 딜레마'가 갈수록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발을 빼자니 미수금과 시장을 놓칠까 두렵고,계속 거래를 하자니 금융시스템이 너무 불안한 여건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낀 정부 역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독자적인 이란 제재안이 나올 10월까지 이 같은 교착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유력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도요타의 자동차 수출 계열사인 도요타통상이 지난 5월을 끝으로 이란으로 향하는 자동차 수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의 지난해 이란 수출은 총 2500대였다. 자동차는 미국의 이란 제재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지만 도요타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기 위해 수출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현대 · 기아차도 지난달 20일 미리 계약됐던 물량 중 일부(1300여 대)를 선적한 이후 이란 수출을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제재로 인해 대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포함해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이란 수출 품목들의 선적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철강의 경우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냉연 · 열연강판과 특수강 등을 수출하고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선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공급하는 철강재는 이란 자동차 산업과 원유 · 가스 설비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 대우인터는 테헤란 지사에 전무급을 파견해 놓고 있을 정도로 이란 시장에 공을 들여 왔다.

이란과의 무역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기업들이 이란 바이어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 문제가 향후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동휘/조재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