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연기금이 그동안 주도주였던 정보기술(IT)주 그늘에 가려 소외돼 있던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은 유통주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연기금은 금융주와 조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유통주는 국내 고용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금융주와 조선주는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각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유통주는 고용지표와 밀접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통업종을 지난달 1994억원 순매수했고,이달에도 514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주간 기준으로도 7월 넷째주를 제외하고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유통주의 외국인 지분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초 53.11%였으나 이날 54.28%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15.46%→16.16%) 현대백화점(41.27%→43.52%) 등도 외국인 지분율이 1~2%포인트 올랐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유통업종지수는 하반기 들어 8.46%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3.53%)을 웃돌고 있다. 지난 4월 코스피지수가 2.88% 오르는 동안 유통업종지수가 5.0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유통주 주가도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지난달 초순 이후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 6월 말 대비 주가 상승률은 롯데쇼핑 9.65%,신세계 6.59%,현대백화점 4.25% 등이다.

전문가들은 수출주의 상승 모멘텀이 점차 약해지고 있어 이제는 대표적 내수주인 유통주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유통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했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유통 업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는 모습이어서 민간 소비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올해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약 10%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을 것"이라며 "반면 부동산 가격 조정이나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 · 조선주는 바닥 탈출 기대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6월18일부터 이날까지 39거래일 중 단 이틀만 빼고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이며 2조425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금융주와 조선주가 대거 포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조선주인 삼성중공업(329억원)이며,대우조선해양(290억원)도 순매수 5위에 올렸다. 외환은행(313억원) 삼성증권(308억원)은 각각 순매수 2위와 4위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연기금은 우리금융(888억원),신한지주(788억원),현대중공업(515억원) 등을 대거 순매수했다.

한 연기금 운용본부장은 "금융주와 조선주는 1년 넘게 소외된 탓에 가격 메리트가 있어 꾸준히 사고 건설주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저평가 종목은 연말까지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 · 조선주는 업황이 당장 눈에 띄게 좋아지진 않겠지만 바닥은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장기 투자자들은 하락 위험이 작은 종목을 선택하는 연기금의 투자전략을 참고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