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스승' 로린 마젤 "장한나 데뷔영상 보고 이거다 싶었죠"
"성인이 되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얘기였죠.그런데 제가 잘하고 잘 아는 것이 음악뿐이잖아요. 음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

첼리스트 장한나씨(28)는 오는 14~28일 성남아트센터,성남 중앙공원 야외음악당 등에서 열리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2'와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축제'를 앞두고 1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로스트로포비치,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에게 받은 사랑을 이제는 조금씩 나눠줘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은 장씨가 2007년 지휘자로 데뷔한 음악 축제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은 그가 기획부터 지휘까지 맡은 관현악 축제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 교육을 기치로 내세운다.

그는 "한국 청소년들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할 때 입시에 쫓겨 감성을 계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페스티벌 등을 통해 우리나라 청소년은 물론 전 세계에 끊임없이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 음악이 사회를 한번에 변화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세상에 조금씩 스며들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그의 스승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80)이 함께한다. 마젤은 2008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평양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펼친 명지휘자.최근 뉴욕 필하모닉을 떠나 뮌헨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제자를 두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장씨의 지휘 데뷔 공연 영상을 보고 스승을 자처했다.

"장한나는 지난 10여년 동안 솔로 연주자로 자주 만났어요. 몇 년 전 저에게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지휘하는 영상을 보여줬죠.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이거다 싶었죠.지휘자로서 재능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

지난해 마젤이 미국 버지니아에 창설한 캐슬린 페스티벌에서 3주간 지휘 레슨을 받은 장씨는 올해 3월에는 스페인에 한 달 동안 머물며 오페라와 교향악 지휘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6월에는 마젤의 개인 부지휘자로 중국 베이징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도왔고,지난달에는 캐슬린 페스티벌에서 레스피기의 '로마의 분수',베토벤의 '교향곡 3번' 등을 지휘했다.

"마젤 선생님과 세대 차이는 못 느껴요. 오히려 저보다 신세대죠.저에게는 아직도 없는 아이폰,아이패드를 매우 잘 사용하고 좋아해요. 오케스트라 연주가 없을 때는 악보를 함께 보면서 특별히 주의할 점 등 선생님이 수십년간 터득한 노하우를 알려주십니다. "

원래 그를 격려하고 이번 축제의 조언자로만 참여하려고 했던 마젤이 무대에도 직접 오른다. 첫날 공연에는 장씨의 지휘에 앞서 베를리오즈의 '로마 사육제 서곡'을,20일 연주회에선 베버의 '오베른 서곡'을 지휘할 예정이다. 두 축제에는 아시안 유스오케스트라,국립경찰교향악단,앱솔루트 유스오케스트라 등 교향악단을 비롯해 지휘자 제임스 주드와 리처드 폰치우스,첼리스트 지안 왕과 알반 게르하르트 등이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슈만의 '첼로 협주곡',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주앙',베토벤의 '교향곡 9번' 등이다. 장씨는 12월에는 바이에른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