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경기둔화 공식화] 출구 바라보다 돌아선 美경제정책…'양적완화' 다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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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상당기간 유지
국채 추가매입 유동성 공급
'디플레 우려' 선제적 대응
국채 추가매입 유동성 공급
'디플레 우려' 선제적 대응
"경기 회복으로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주례 라디오연설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기 그래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4개월에 걸쳐 밝힌 미세한 표현 변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월회의 때 "경제활동이 계속 탄탄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6월 회의 때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서더니 10일 회의에서는 아예 "회복세가 둔화됐다"고 적시했다. 중앙은행의 표현으로는 강한 편이다.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은 FRB의 진단을 뒷받침한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2.4%로,1분기 3.7%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수준이었지만 민간고용이 기대치인 9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7만1000명에 불과했다. 일자리가 13만1000개 감소해 두 달 연속 줄었다. 고용이 늘지 않으면 가계소득이 늘어날 수 없다.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 기업의 매출과 생산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미국 경제의 현 주소다.
향후 전망이 그리 밝은 것도 아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4%에서 1.9%로 낮춰 잡았다. 9.5%인 실업률은 내년 초 10%까지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투입한 경기부양 자금이 소진돼 동력이 사라지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캐시 마인한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미 경제가 제발로 일어서거나 벼랑 아래로 떨어지려는 중간쯤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일시 회복한 뒤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더블 딥' 우려는 이래서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보니 향후 3년 안에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닥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대답한 비율이 2 대 1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FRB는 10일 회의에서 제로금리(연 0~0.25%)를 상당 기간 유지키로 재확인했다. 특히 보유 중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 중 만기가 돌아와 입금된 현금을 다시 2~10년짜리 국채를 매입하는 데 투입키로 결정했다. FRB는 주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지난 3월 말까지 총 1조2500억달러에 이르는 모기지증권을 매입했다. 이 가운데 2011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이 2000억달러로 추정돼 과감한 부양 조치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FRB의 보폭이 너무 크면 자칫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경기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암울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들의 심리 위축은 악순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하고 안전자산을 매입하는 쪽으로 쏠리게 되면 역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높아 차분한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은 FRB의 진단을 뒷받침한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2.4%로,1분기 3.7%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수준이었지만 민간고용이 기대치인 9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7만1000명에 불과했다. 일자리가 13만1000개 감소해 두 달 연속 줄었다. 고용이 늘지 않으면 가계소득이 늘어날 수 없다.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 기업의 매출과 생산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미국 경제의 현 주소다.
향후 전망이 그리 밝은 것도 아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4%에서 1.9%로 낮춰 잡았다. 9.5%인 실업률은 내년 초 10%까지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투입한 경기부양 자금이 소진돼 동력이 사라지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캐시 마인한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미 경제가 제발로 일어서거나 벼랑 아래로 떨어지려는 중간쯤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일시 회복한 뒤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더블 딥' 우려는 이래서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보니 향후 3년 안에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닥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대답한 비율이 2 대 1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FRB는 10일 회의에서 제로금리(연 0~0.25%)를 상당 기간 유지키로 재확인했다. 특히 보유 중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 중 만기가 돌아와 입금된 현금을 다시 2~10년짜리 국채를 매입하는 데 투입키로 결정했다. FRB는 주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지난 3월 말까지 총 1조2500억달러에 이르는 모기지증권을 매입했다. 이 가운데 2011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이 2000억달러로 추정돼 과감한 부양 조치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FRB의 보폭이 너무 크면 자칫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경기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암울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들의 심리 위축은 악순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하고 안전자산을 매입하는 쪽으로 쏠리게 되면 역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높아 차분한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