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비싼데 보상 내용과 서비스 수준은 엉망이다. "

국내 자동차보험에 대해 소비자들이 흔히 갖고 있는 인식이다. 자동차보험은 차량 소유자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보험료도 적지 않아 이런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이는 상당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한다. 한국의 자동차 보험료는 다른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높은 사업비 등은 한국 보험사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보험료는 적고 서비스 질은 높은 편

손해보험협회가 최근 우리나라의 A화재,미국 뉴욕의 올스테이트,일본 도쿄의 도쿄해상보험,중국 상하이의 인민보험공사(PICC) 등 4개국 주요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상품을 대상으로 인터넷 및 직접 문의 방식 등을 통해 보험료를 산출한 결과 한국의 자동차 보험료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가격이 2000만원인 중형 승용차를 보유한 35세 부부가 모든 담보(대인 무한,대물 1억원,자차손해 3000만원,자기부담금 10만원 등)를 포함해 신규 가입하는 경우 미국의 자동차 보험료는 162만~535만9000원으로 우리나라 보험료(84만원)의 약 1.9~6.4배 수준에 달했다. 일본은 191만1000원,중국은 165만3000원으로 한국보다 두 배 정도 비쌌다.

3년 무사고 운전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가입할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A화재의 자동차 보험료를 100으로 했을 경우 미국 올스테이트 보험료는 180~596이었다. 일본 도쿄해상보험과 중국 PICC의 보험료 수준은 각각 215,214를 기록했다.

서비스 내용도 좋은 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긴급출동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보험에 가입된 차량이 배터리 방전,타이어 펑크 등으로 운행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 정비요원을 파견해 운행이 가능토록 조치하는 것으로 자동차보험의 특약 형태로 돼 있다. 배터리 충전,펑크 타이어 교체,잠금장치 해제,비상 급유,긴급 견인,긴급 구난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긴급출동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타이어교체 서비스 특약,충전서비스 특약,차량견인 서비스 특약 등 항목마다 특약으로 구분돼 있는 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 계약에서 특약을 붙일 때마다 보험료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편익 관점에선 한국의 긴급출동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손해보험 요율 산출기관인 ISO(Insurance Services Office)의 표준요율 제도에 따라 한국과 달리 대부분 보험사들이 무사고 할인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력에 따라 요율을 할증하는 제도를 적용한다. 또 우리나라처럼 무한보상이 아닌 유한보상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초과사업비 해결해 보험료 거품 빼야

한국 손해보험사들의 고질적 문제인 초과사업비를 해결해 보험료에 낀 거품을 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업비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판매수당 등 보험계약의 체결,관리 등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경비 전체를 말한다. 사업비가 적을수록 보험료는 낮아지고,많을수록 보험료는 높아진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료 산출을 위해 1년 동안 쓸 사업비 규모(예정사업비)를 정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업비는 이보다 많아 초과사업비가 발생한다. 초과사업비는 그동안 자동차보험의 경영난과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실제 국내 손보사가 2006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부터 작년 회계연도까지 4년 동안 집행한 초과사업비는 총 5349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손보사들이 책정한 예정사업비는 11조7473억원이었지만 실제 사업비는 12조2822억원을 사용해 초과사업비율이 4.5%에 이른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초과사업비를 줄이면 1인당 자동차 보험료를 2만6000원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2012년까지 초과사업비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지난해 예정사업비의 6.2%에 달했던 초과사업비율을 올해 4.5%,내년에 2.8%까지 낮춘 뒤 2012년도에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초과사업비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온 판매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대리점 판매 수수료를 지나치게 많이 지급한 보험사에 최고 1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판매 수수료를 줄 때도 손해율이 높은 보험 가입자를 많이 유치한 판매조직에는 수수료를 더 적게 지급할 예정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