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둔화를 공식 확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원했던 통화완화 정책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출구로 다가섰다가 뒤로 돌아선 것이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최근 몇 달간 경기가 둔화됐다"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 완만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FOMC는 이에 따라 연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상당기간에 걸쳐 이 수준을 유지하기로 재확인했다. 제로금리는 2008년 12월 이후 20개월째다.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보유해온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 가운데 만기 자금을 국채 매입에 사용하기로 한 대목이다. 시중자금을 흡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중에 풀린 돈은 변하지 않지만 지난 3개월간 중단한 양적완화 카드를 사실상 다시 꺼내든 것이다. FOMC는 또 보유한 국채 가운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도 계속 롤오버(이월)하기로 했다. 이는 시중 실세금리를 하향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FRB는 지난 3월 이후 출구 전략을 언제,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 고민해왔다. 그러나 각종 수치로 확인된 경기 둔화는 이를 접게 만들었다. 다시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해야 하는 국면이다. 이날 둔화를 인정하고 첫 조치로 국채 매입 방침을 결정한 것을 두고 "작지만 의미있는 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이유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달 의회에 통화정책을 보고하면서 "향후 경기가 악화되면 추가 부양 조치를 사용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더 팽배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00포인트 이상 오르다 FOMC가 경기 둔화를 발표한 오후 2시15분 이후 급락,결국 54.50포인트 빠진 10,644.25로 마감했다. 11일에는 한국과 일본 증시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FRB의 추가 부양 조치를 반기기보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을 더 우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통화 공급량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늘리지도 않은 이상한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기 회복이 기대되던 미국이 더블 딥에 빠지거나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에 암운이 드리울 경우 세계 경제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RB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함에 따라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간 데다 하반기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추가 인상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