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설(說)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이 특유의 간결한 화법으로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11일 오후 3시께 고모부인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의 빈소가 있는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걸 뭐…"라며 말끝을 흐린 뒤 침묵을 지켰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한 현대차의 공식 입장은 "검토는 할 수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로 요약된다.

정 회장의 대답을 액면 그대로 뜯어보면 특별한 방향성을 짐작하기 어렵다. 이날 주변에서 정 회장의 답변을 지켜본 사람들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속내를 알기 어렵다"는 평을 내놓았다. 일단 통상적인 어법에 비춰볼 때 "그런 걸 뭐…"라는 대답은 ①왜 내게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반문이거나 ②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거나 ③질문내용이 엉뚱해서 대응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 회장의 모호한 발언에 현대그룹이 누구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는 점이다. 정 회장이 최종적으로 인수 결심을 굳힐 경우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상황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