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승객이 열받게 한다”며 비행기 비상탈출구로 퇴근해버린 미국의 한 남자 승무원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1일 USA투데이에 따르면,뉴욕 퀸즈 지방법원은 무단으로 비행기 비상탈출구를 작동시켜 승객을 위험에 빠트린 혐의로 체포된 스티븐 슬레이터(38)에 대해 “승무원을 열받게 한 승객에도 책임이 있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미국 저가항공사인 제트블루의 기내 안전 담당 승무원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 9일 피츠버그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기내에서 한 여성 승객과 시비가 붙었다.여성 승객이 착륙 전에 먼저 일어나 짐을 내리는 것을 발견하곤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되레 욕설이 돌아온 것.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는 짐칸에서 떨어진 가방에 머리까지 맞았다.화가 잔뜩 난 그는 승객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분을 삭이지 못한 그는 기내방송 마이크를 잡고 “이짓 20년 했지만 오늘부로 때려 치운다”고 말한 뒤 승객에게 공개적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이어 조리실에서 맥주를 꺼내 마신 뒤 비행기 뒤쪽 비상탈출장치를 가동시켜 미끄럼을 탄 뒤 그길로 집으로 가버렸다.비행기 조종사 출신 아버지와 승무원 출신 어머니를 둔 스티븐 슬레이터는 ‘비상 퇴근’직후 뉴욕 퀸즈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이번 사건이 TV와 신문 등에 잇달아 보도되자 인터넷에서는 그의 돌출 행동에 대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직장인의 자존심을 지킨 당당한 행동”이라는 찬사의 글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