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후 대리운전ㆍ이벤트회사 전전
'잡투게더' 도움으로 실직 벗어나
이달 인도로…"최고실적으로 보답"
11일 인천 가좌동에 있는 재봉기제조업체 썬스타 공장 내부의 온도는 섭씨 30도를 웃돌았다. 생산직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제품을 조립하는 현장에서 해외영업담당인 안동환 부장(45)이 땀을 뻘뻘 흘리며 뭔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안 부장은 "이달 내로 인도법인 산하의 수라트 지역영업소 책임자로 출국한다"며 "우리 회사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뭐가 강점인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장이 재봉기 및 자수기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약 33%)로 연간 2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썬스타에 입사한 것은 지난달 19일.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실직자였던 그는 다음 주 이 회사의 인도법인 관할 지역 중 한 곳의 영업책임자로 부임한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운영 중인 '잡 투게더' 프로그램을 통해 고통스러운 실직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그러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40~50대 실직자의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안 부장도 누구 못지않은 '시련의 시절'을 보냈다. 1991년부터 8년간 효성물산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그는 한때 무역회사를 차렸다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후 안 부장은 생계를 위해 2006년 한 중소무역회사에 임원으로 입사를 했으나 나이나 경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처우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오너의 직원 무단해고 등 독단적 회사 운영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결국 올해 초 사표를 던졌지만 아내와 고등학생 딸을 포함해 다섯 식구를 책임져야 할 길은 막막했다. 안 부장은 "대리운전도 해봤고 이벤트 회사에서 도우미 일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연히 서울지하철 2호선에 걸린 '잡 투게더' 광고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썬스타에 원서를 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역협회에서 이력서 작성 등 각종 교육을 받은 지원자 가운데 대기업 임원과 금융사 지점장 출신 등 경력이 화려한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하지만 예상을 깨고 안 부장은 해외영업 전문가를 구하고 있던 썬스타로부터 낙점을 받았다.
안 부장의 새로운 인생 목표는 '회사에서 가장 영업을 잘 하는 사람'이다. 그는 "다시 일할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한다"며 "오랜 시간 근무하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견 구직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안 부장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데 잡 투게더 등 재취업 프로그램을 잘 뒤져보면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회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