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불과 3.72포인트 남긴 1796.28까지 껑충 뛰어오르던 지난 3일 오전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날린 일성이다.

시장 일각에서 1800선 탈환을 기정사실화하며 축포를 터뜨리던 순간에 나온 신중론이어서 외면받기는 했지만 그 전망은 불과 일주일만에 정확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2일 오전 9시2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9% 내린 1735.51을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 1728.12까지 내려 앉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또 다시 부각되며 뉴욕 증시가 2% 이상 급락한 영향이 크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한경닷컴>과의 긴급 인터뷰에서 "코스피 지수가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지속적인 주가 강세를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기업들의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수 상승의 단초가 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재정을 확대한 효과가 불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기업들의 호실적이 산재한 문제거리들을 가리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불안한 구석이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 경제라고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경기가 좋고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가동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상황이고 투자율도 낮다"며 "호실적의 상당 부분은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양호하게 나타나면서 환호했던 시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연합(EU)이 마련한 7500억유로 구제기금도 문제를 1~2년 지연시키는 정도이지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국내 대표적 증시 신중론자 중 한 명인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당시 추격매수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었다. 코스피지수가 곧바로 1800선을 뚫을 것처럼 보이지만 3분기는 조정장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종우 센터장은 "1800선에 가까워진 코스피 지수의 가격 부담 등을 고려하면 3분기에 한 차례 가격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며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섣부른 추격 매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 경제가 위기를 거치며 'V'자 반등을 나타낸 후 옆으로 밀리게 되는데, 현재가 이 시기에 해당한다"며 "추가적으로 빠른 속도의 지수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을 마땅히 살 주체가 없다는 점이 현재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의 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경기판단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면서 수급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상황에서 주식을 길게 가져가기도 힘든 만큼 관망세를 취하며 향후 흐름을 살피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