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납품 단가의 경제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완제품 수요 늘어야 부품가도 올라
대기업 '일방적 가격결정'은 억측
대기업 '일방적 가격결정'은 억측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부품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핵심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에 비용이 늘어나는 요인이 발생했지만 대기업이 납품 가격에 이를 반영해 주지 않아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논란은 이미 정리된,해묵은 것이다. 즉 결론은 "가격(엄밀하게 말하면 수요)이 비용을 결정하는 것이지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철강으로 부품을 만들고 대기업은 이를 납품받아 완제품을 만든다고 하자.물론 부품에 대한 수요는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발수요라고 한다.
이제 철강의 공급 사정에는 변화가 없지만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해 가격이 올랐다면 중소기업의 생산비용은 높아진다. 그런데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부품에 대한 수요에 변화가 없어 단기적으로 부품 가격에도 변화가 없다. 중소기업에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져 가격이 올라가면 부품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부품 가격이 상승하는 정도는 수요량과 공급량이 가격 변화에 반응하는 민감도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원가 인상 요인이 생겼으므로 부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마찬가지 역으로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원자재 가격이 내려 원가 인하 요인이 생겼으므로 부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그렇다면 완제품 수요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철강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해 철강 가격이 올랐을 때 부품 가격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다른 사항이 일정하다고 전제할 때 철강 가격이 오르면 부품 공급이 줄고 완제품 공급도 감소한다. 따라서 완제품 수요에 변화가 없더라도,즉 부품 수요에 변화가 없더라도 시간을 두고 완제품과 부품 가격은 오른다. 물론 부품 가격의 상승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제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의 완제품에 대한 수요이지 철강 가격의 상승이 아니다. 역시 가격이 비용을 결정한다.
한편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 같이 대기업이 부품 가격을 후려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래는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인 것이며 설득의 과정이다. "나는 너에게 이것을 줄 테니 너는 나에게 저것을 달라"는 식이며 서로 이해가 맞아야 성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중소기업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래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더라도 중소기업을 손 안에 두고 통제할 수는 없다. 대기업이 특정 가격에 특정 양을 구매하려는 결정은 자신의 절대 통제 하에 있지만,그 가격에 그 양을 팔 중소기업을 만나는 것은 자신의 통제 밖에 있다.
거래가 쌍방적인 한,상호 이익이 되므로 거래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거래 단절이 우려돼 응하지 않을 수 없다지만 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재 부서 사람들은 이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중소기업 간 경쟁이 심해서 그렇다는 설명이 있지만,이는 그 가격을 받고 생존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 비용 조건이 열등하다는 사실을 뜻할 뿐이다.
결국 대기업이 부품 가격을 후려쳐 돈을 많이 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개방경제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할 유인은 희박하다. 양자는 결과적으로 협조 체제를 유지하고 동반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영용 < 한국경제연구원장 >
중소기업은 철강으로 부품을 만들고 대기업은 이를 납품받아 완제품을 만든다고 하자.물론 부품에 대한 수요는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발수요라고 한다.
이제 철강의 공급 사정에는 변화가 없지만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해 가격이 올랐다면 중소기업의 생산비용은 높아진다. 그런데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부품에 대한 수요에 변화가 없어 단기적으로 부품 가격에도 변화가 없다. 중소기업에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져 가격이 올라가면 부품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부품 가격이 상승하는 정도는 수요량과 공급량이 가격 변화에 반응하는 민감도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원가 인상 요인이 생겼으므로 부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마찬가지 역으로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원자재 가격이 내려 원가 인하 요인이 생겼으므로 부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그렇다면 완제품 수요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철강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해 철강 가격이 올랐을 때 부품 가격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다른 사항이 일정하다고 전제할 때 철강 가격이 오르면 부품 공급이 줄고 완제품 공급도 감소한다. 따라서 완제품 수요에 변화가 없더라도,즉 부품 수요에 변화가 없더라도 시간을 두고 완제품과 부품 가격은 오른다. 물론 부품 가격의 상승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제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의 완제품에 대한 수요이지 철강 가격의 상승이 아니다. 역시 가격이 비용을 결정한다.
한편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 같이 대기업이 부품 가격을 후려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래는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인 것이며 설득의 과정이다. "나는 너에게 이것을 줄 테니 너는 나에게 저것을 달라"는 식이며 서로 이해가 맞아야 성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중소기업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래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더라도 중소기업을 손 안에 두고 통제할 수는 없다. 대기업이 특정 가격에 특정 양을 구매하려는 결정은 자신의 절대 통제 하에 있지만,그 가격에 그 양을 팔 중소기업을 만나는 것은 자신의 통제 밖에 있다.
거래가 쌍방적인 한,상호 이익이 되므로 거래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거래 단절이 우려돼 응하지 않을 수 없다지만 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재 부서 사람들은 이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중소기업 간 경쟁이 심해서 그렇다는 설명이 있지만,이는 그 가격을 받고 생존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 비용 조건이 열등하다는 사실을 뜻할 뿐이다.
결국 대기업이 부품 가격을 후려쳐 돈을 많이 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개방경제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할 유인은 희박하다. 양자는 결과적으로 협조 체제를 유지하고 동반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영용 < 한국경제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