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에 탁아소를 세우면 부모는 '빈민 자녀'를 양산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자녀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생계와 고용 문제에 부담을 덜고,기업은 이미지를 개선해 구매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보육사업이 일석오조를 가져오는 것이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일석오조론'은 자본주의 최대 수혜자인 대기업이 나서서 빈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그는 일찍이 달동네 실태를 조사해 보육사업을 펼친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규제완화뿐만 아니라 빈민층이 사라져야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1980년대 초 그는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는 사회와 더불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선친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사업보국' '홍익인간' '인본경영'의 경영관을 뿌리깊이 내재시킨 것이다.

《득천하 치천하》는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키운 이 회장의 경영철학을 단순한 수익 극대화 전략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는 동양의 '제왕학' 관점에서 비춘다. 이 회장의 '삼성 웨이'는 동양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때문에 이 책은 이 회장의 기업과 인재 경영을 《논어》 《주역》 《춘추좌전》 《사기》 《삼국지》 등 동양 고전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가령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관은 이 회장이 아들 이재용 부사장에게 '삼고초려도'(유비가 눈을 맞으며 제갈량의 초가집을 찾는 그림)를 선물한 데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선친의 인재중시 경영을 한층 심화시켰다. 회사를 떠났던 인재나 외국인까지도 과감하게 데려온 것이다. 일본 전자업계의 디자인 전문가 마쓰우라 히데오를 영입했고,네덜란드 필립스로 옮겼던 윤종용 고문을 불러들여 1990년 말 외환위기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일임했다. 그는 선친이 내려준 '경청'(傾聽:인재의 말을 열심히 들어라)과 '목계'(木鷄:사업보국의 길을 의연하게 가라)를 좌우명으로 삼고 실천해왔다. 이는 늘 예상을 뛰어넘는 결실로 나타났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놓고 애플과 겨루는 전쟁에서도 이 회장의 승리를 낙관한다. 강력하고도 유연한 제왕적 리더십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누구보다 '앱'으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경영자다. 그는 "경영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라며 '예술 경영'을 강조한다.

또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지적 자산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라며 "기업도 단순히 제품을 파는 시대를 지나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일류 글로벌기업이란 1차 과제를 이룬 만큼 시장과 유행을 선도할 것도 주문했다. "기획력과 기술력이 뛰어나도 디자인이 약하면 다른 요소까지 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경영자는 젊은이들과 자주 대화하고 TV 인기드라마도 보면서 유행을 알고 디자인 감각을 키워야 한다. "

이 회장의 궁극적인 경영 목표는 '문화대국' 건설이며 그것이 삼성을 끊임없는 혁신으로 내몰 것이라는 게 저자의 통찰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