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서편제'가 뮤지컬로 재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故이청준 작가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서편제'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에 영상미와 우리 가락이 어우러져 국내 최초 1백만 관객을 돌파한 불후의 명작. 또 1993년 개봉이후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영화제 작품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뮤지컬로 재탄생되는 '서편제'의 또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
하나. 영화계 거장 vs 뮤지컬계 대표 제작진
영화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정일성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고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이 각색, 출연한 대작. 국내 최고의 제작진들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제 3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녹음상, 남우주연상(김명곤), 신인 여우상(오정해), 신인 남우상(김규철)의 6개 부분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에서와 같이 뮤지컬 '서편제' 또한 국내 초호화 스태프가 대거 뭉쳤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대장금·헤드웍 등을 연출한 이지나가 연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남한산성을 연출한 조광화가 작가, 인연·보고싶다·애인있어요 등의 윤일상이 작곡, 국악인이자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리더 이자람이 국악작곡, 뮤지컬 미스사이공·명성황후·맨오브라만차 음악을 맡았던 김문정이 음악감독을 맡은 것.
또 연극 버자이너모놀로그, 뮤지컬 레인맨· 이블데드 등을 제작한 송한샘이 제작감독, 무용가 남수정이 안무를 그 외 무대 박동우, 디자이너 홍미화가 의상을 맡았다.
둘. 한(恨) vs 정체성 찾기 그리고 예술가의 초상
뮤지컬 '서편제'의 연출진은 "영화 서편제가 고전에만 머물던 판소리의 이미지를 서편제의 애절한 가락과 인생을 연결하며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한(恨)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 '서편제'는 우리의 정체성에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이에 극중 소리꾼 '송화'의 캐릭터를 더 부각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 정체성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하겠다는 것이 연출진의 숨은 뜻.
소리꾼 송화는 소리라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바치는 예술가다. 공연에서 송화는 범인과 다른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의 초상이며 우리 소리 판소리를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송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그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 순종적이며 평면적 캐릭터 vs 적극적이고 역동적 캐릭터
뮤지컬 서편제에서는 아버지 유봉, 딸 송화, 아들 동호 등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사뭇 다르다.
영화 속에서는 자신의 꿈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아버지의 가치관이 다른 캐릭터들을 억누르고 그들이 이에 순종적이라면, 뮤지컬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현실에 맞서는 등 삶에 대해 훨씬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원작과 가장 많은 차이를 보이는 캐릭터는 남자 주인공 '동호'. 원작에서도 가장 열려있는 인물인 동호는, 유봉의 소리가 싫어 저항하며 미 8군의 록커로서 자신의 소리를 찾아 나선 후 뮤지컬이란 장르를 이끌고 나가는 캐릭터로 재탄생된다.
'송화' 또한 강인하고 당찬 예술가로 그려진다. 영화에서와 같이 '송화'는 절제된 이미지의 캐릭터로 표현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온갖 고난을 당하지만 이를 다 이겨내고 오직 소리만으로 예술적 경지에 오른 인물로 나타내 차이점을 뒀다.
조광화 작가는 “우리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다른 것을 찾던 사람, 동호가 서양음악을 하게 된 에너지원도 결국은 우리 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 다큐멘터리 형식의 시간순 구성 vs 무대 판타지의 액자식 구성
영화 서편제는 주인공의 성장과장과 남도 소리길을 따라가는 로드무비형식으로 구성되는 반면 뮤지컬 '서편제'는 초로의 뮤지션 '동호'가 갈등 속에 과거의 흔적을 쫒아 가는 과정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이에 현재와 과거 그리고 현재가 넘나든다.
연출진은 "동호의 심리 변화와 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위해 회전무대를 사용한다"라며 "세월과 같이 흐르는 길을 표현하기 위해 사계절을 압축한 영상과 무대장치가 곁들여진다"고 전했다. 또 동호가 걷는 유랑길을 한지로 제작해, 허술한 듯 질기고 거친 듯 섬세한 우리가락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다섯. 소리와 풍광의 영상미 vs 소리와 음악이 어울린 무대예술 그리고 상상력
영화 서편제가 판소리를 쫒아 유랑길을 떠날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광의 영상미를 담아냈다면, 뮤지컬에서는 공연장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더욱 생동감 넘치는 소리와 상상력이 가미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영화에서 구슬픈 '천연학' 대금소리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면 뮤지컬 '서편제'의 '흔적' 등의 음악도 숨이 막히는 화려함을 선사할 것.
제작진은 "기본적으로 영화와 뮤지컬의 장르적 차이를 떠나 뮤지컬 '서편제'는 음악과 노래 그리고 서양음악에 판소리를 입혀 더욱 뮤지컬적인 음악을 선보인다"라며 "윤일상 작곡가와 국악 아티스트 이자람 그리고 김문정 음악감독이 협업으로 만든 뮤지컬 노래와 음악은 전통 판소리부터 팝, 클래식, 록 등 다양한 음악이 서로 공존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종합예술로서 영화와 달리, 상상력과 이미지의 극대화를 통해 무대예술도 하나의 볼거리일 것"이라며 "친절한 설명과 안내보다는 절제된 무대 구성과 연출을 통해 영화보다 현장의 울림이 더욱 큰 무대예술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지나 연출은 “무대 미학인 생략과 상징을 관객들의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각자의 서편제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창작 한국뮤지컬 '서편제'는 오는 14일부터 1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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