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출퇴근한다고 얘기하니까 친구들이 부럽고 신기하대요. "(김지영 방호원)

우리나라 국회 역사상 첫 여성 방호원 4인방의 표정엔 기대와 뿌듯함이 가득했다. 지난달 27일 첫 출근한 김지영(23) 이영은(25) 이민영(28)씨는 109.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국회에 입성한 여성 방호원이다. 지난 6월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한순금씨(31)는 국가유공자의 배우자 자격으로 들어왔다. 그는 카누 국가대표 출신이다.

여성 방호원 4인방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방호원은 '남성만 하는 직업'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포부를 공통적으로 밝혔다. 국회의사당의 첫 관문인 검색대에서 환한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물론 친절한 안내자 역할까지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방호원은 국회의사당 본청,의원회관,도서관 등의 출입구에서 위험한 물건을 갖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출입을 관리하는 기능직 공무원.방호과 관계자는 "가방이나 옷 안에서 금속 물건이 탐지되면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다시 한번 몸수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 방호원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채용에는 총 659명이 지원,필기와 실기시험을 통과한 26명 가운데 면접을 통해 총 6명만 뽑혔다. 이영은 방호원은 지원동기를 묻자 "국회에서 일할 기회가 흔치 않아 매력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업무 중 어려움과 관련,한순금 방호원은 "거동이 좀 수상하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는 출입자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점검한다"며 "일반 참관객이 대다수인만큼 함부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어 늘 긴장 상태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열린국회라고 하니까 그냥 무턱대고 들어가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참관접수를 할 수 있도록 안내데스크로 안내해드리는 과정에서 가벼운 몸싸움이 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피할 수 없는 여야 간 몸싸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국회에 경위권이 발동되면 국회 의회경호과의 경위들만 본회의장,예결위 회의장,상임위 회의장 등에 들어갈 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출입구를 지키는 방호원들도 국회 중앙홀이나 복도 등에서 몸싸움이 발생할 시 투입되는 일이 잦다. 김지영 방호원은 "아직 겪어보진 않았지만 TV로 많이 봤고 마음을 다잡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다"며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방호원은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견제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싸움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충돌 과정에서의 몸싸움이 생긴다면 방호원으로서 출입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직업상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 한순금 방호원은 "업무상 건강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윈드서핑 같은 레저스포츠로 여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20대 방호원 3명도 각기 요가(김지영) 자전거(이민영) 줄넘기 · 등산(이영은) 등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만든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