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2.25%에서 동결했다.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금리를 올리면서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던 한은이 이달은 쉬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내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금리를 올릴 수 없었던 것은 외풍(外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등 이른바 G2(주요 2개국)의 경기둔화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각국이 경기 회복세에 맞춰 출구전략의 시점과 속도를 고민하다 갑자기 먹구름을 만난 형국이다. 우리도 밀려오는 글로벌 한랭 전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주요국의 경기둔화,남북문제,국제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우리 경제가 근래 보지 못한 비정상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벌써 그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지난 11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2~3%씩 하락하면서 어제 코스피도 1720선까지 떨어졌다. 원화가치도 장중 한때 달러당 1200원대로 주저앉았다.

주요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막대한 재정투입과 함께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 덕이었다. 미국과 중국 경기가 가라앉는다면 그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다. 일본 경제도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하고 유럽도 재정 위기 이후 체력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 같은 대외적인 불확실성 요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성장을 이끄는 것보다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경제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정부는 기업들의 수출 환경을 재점검하고 내수를 획기적으로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