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시즌이다. 과거 시내에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종종 찾아간 곳이 백화점과 은행이었다. 그러나 올 여름부터는 도심피서지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됐다. 정부가 에너지 다소비건물 443개소에 대해 냉방온도 제한조치(일반건물은 26도,공항 · 판매시설 등은 25도 이상) 등 여름철 에너지절약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26일부터 8월6일까지 443곳에 대해 온도를 점검한 결과 실내 평균온도는 26.6도로 조사됐다. 미준수 6개 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이 적정냉방온도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선진국의 에너지 낭비 규제는 오래 전부터 실시돼 왔다. 일본은 1979년 2차 오일쇼크 때부터 하절기 적정냉방온도를 28도로 설정한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1979년부터 주거,교육,사무 · 공공시설의 난방온도를 19도 이하로,2007년부터는 냉방온도도 26도 이상으로 제한하고,이를 위반하면 건축 · 주거법에 따라 범칙금을 부과한다.

우리도 적정한 실내냉방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절전효과기 크기 때문이다.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 중 냉방 부하는 1500만㎾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형 발전소 15기의 생산량에 해당한다. 건설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발전소가 여름철,그것도 오후 일부 시간대 냉방을 위해 그렇게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비용효과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기를 느낄 정도의 과냉방이 우리 몸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여름철 일사병보다 냉방병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이다. 전문의들은 실내온도가 25도 이하이거나 실내외 온도가 5도 이상 차이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냉방병이 발병하기 쉽다고 한다.

마지막 이유는 윤리와 의식의 선진화다. 우리 후손에게 안전한 지구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거대담론적 차원만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아끼는,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해서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공동체 의식이야말로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무더운 여름,성숙한 에너지절약 의식을 갖고 경제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적정냉방온도를 유지했으면 한다.

이태용 <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