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터파크 예매 1위를 차지한 공연은 '액션라이브쇼 파워레인지 엔진포스'(사진)였다. 쟁쟁한 뮤지컬과 연극,클래식 연주회,오페라를 망라한 순위다. 이달 들어서도 이 작품은 3~4위권에 올랐다. '주크박스 플라잉 뮤지컬 구름빵'은 8~9위권을 지키고 있다. 송승환의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와 라스베이거스의 기술팀이 합류한 '피터팬' 등의 공연장도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공연계가 '신(新)빙하기'로 불릴 만큼 위축됐지만 여름방학 특수에 힘입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은 활황기를 맞고 있다. 작년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플루 파동 속에서 경쟁력을 키운 작품들의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

'황금알' 낳는 어린이 공연

일본 TV · 영화 시리즈로 출발한 어린이 공연 '파워레인저'는 2005년부터 국내 무대에 올랐다. 헬멧을 쓴 로봇들이 와이어를 이용해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고난도 액션이나 무대를 가득 메운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이용한 사실감 넘치는 전투장면이 압권이다. 5억원 미만으로 만드는 보통의 아동 공연물과 달리 12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화제를 모았다.

투자 수익률은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1184석)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45회로 예정된 정기공연 횟수도 대폭 늘렸다. 공연 일정을 오는 29일까지 2주일 연장해 서울에서만 78회로 늘린 것.인천 · 수원 등 지방 13개 도시에서 78차례 더 공연한다.

회당 유료객석 수를 600석(전체의 50%)으로 추산하고 입장료(정가 2만5000~4만5000원)도 각종 할인혜택을 적용해 평균 3만원으로 가정할 때,서울 공연의 수입만 14억여원(600석×3만원×78회)에 이른다.

지방 공연장의 규모가 작다고 해도 총 매출은 최소 2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공연의 실제 유료관객 비율은 60~80%에 달한다.

두 명의 고양이 형제가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내용의 '주크박스 플라잉 뮤지컬 구름빵'(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998석)도 80% 이상이 유료관객이다. 공연 일정(서울 64회,지방 7회)과 평균 입장료 3만원(정가는 2만5000~4만5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체 매출은 15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비는 5억원에 불과하다.

제작비 수십억원이 투입되고 티켓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일반 뮤지컬에 비해 저렴한 아동물이 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화상품 소비에 익숙한 30대 엄마들의 교육열과 어린이들의 호응이 어우러진 결과다.

30대 엄마들의 입소문이 흥행 좌우

2004년부터 커지기 시작한 어린이 공연은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해까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캐나다 출신의 비누거품 아티스트 팬양과 제작사 네오더스HQ가 2004년 선보인 '팬양의 화이트 버블쇼'는 비슷한 형태의 버블 공연이 생겨나자 지난해 민 ·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어린이 공연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는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입소문이다. 공연 내용이 '비교육적'이라거나 '아이들이 재미없어한다'는 평가가 내려지면 곧바로 타격을 입는다.

'파워레인저'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일단 서울 공연의 반응이 좋으면 지방 공연까지 이어지고 수익도 쌓인다"며 "인기가 높은 상위 공연들은 에피소드를 바꾸거나 특수효과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