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의원 두 사람이 최근 박근혜 전 대표를 떠났다.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원내대표에 이어 박 전 대표의 '책사'로 알려진 진영 의원이 12일 친박계 이탈을 공식화했다. 두 사람은 박 전 대표의 '오른팔'과 '왼팔'로 통했다. 친박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친박 내부 균열

17대 국회에서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진 의원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이제 '친박'이란 울타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앞으로 '친박'이 아닌 '중립'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진 의원이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진데 이어 7 · 28 재 · 보선에서 부인과 함께 이재오 후보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진 의원이 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진 의원은 "그동안 온갖 비난을 감수했는데 박 전 대표의 주변 인사들이 '친박'이란 성(城)을 쌓아놓고 '세종시 수정안 찬성해서 넌 안돼''이재오 도와서 넌 친박이 아냐'라고 말하는 것에 나도 이제 지쳤다"면서 "하도 나보고 아니라고 하니,나도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의원은 "박 전 대표와의 결별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별로 소원해진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의 주변 인사들 때문에 '친박'그룹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세종시 논란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관계가 틀어진 김무성 원내대표도 최근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결점을 고쳐야 한다고 충정으로 말했는데,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라며 "친박에서 쫓겨난 지 오래됐다. 정치판에 박근혜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친박계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한 친박의원은 "친박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내부 불통이 근본문제

당 일각에선 친박 내 '구주류'와 '신주류' 간 뿌리 깊은 갈등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고,진 의원은 캠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외곽에서 활동하면서 박 전 대표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친박의 모든 정치활동에는 이들 두 사람이 있다고 했을 정도다. 예컨대 김 원내대표는 야전사령관,진 의원은 참모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경선 패배 이후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차기를 도모해야 하는 '은둔 행보'에 돌입하면서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유정복 의원과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와 진 의원 등 '구주류'가 상당한 소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친박의원은 "무성이 형님은 뭔가 역할을 하면서 정권재창출에 기여하고 싶어했지만 박 전 대표가 중간보스 같은 구도를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소통이 안되니 자연히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 내부에선 "어차피 자기 정치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고 언젠가는 나갈 사람들이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일부 친박 인사들이 공공연히 친박계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