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서민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각종 서민금융 상품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관련 대출이 급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을 오히려 역차별하고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출시돼 11일 만에 대출액 1000억원을 돌파(突破)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햇살론이 대표적이다. 신용등급이 5등급인 사람은 연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햇살론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은행 대출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에서 20~30%대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게 보통이다. 반면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사람은 10~13%대 저리의 햇살론을 받을 수 있다. 신용이 나쁜 사람이 더 낮은 금리의 적용을 받는 셈이다. 햇살론뿐 아니라 미소금융 희망홀씨 등 각종 서민금융 상품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물론 서민금융 자체가 저소득 저신용자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신용이 나쁠수록 높은 금리를 물도록 하는 시장금리 원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장금리 체계를 역행하는 이런 제도들은 결과적으로 금리질서를 헝클어뜨리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소득은 상당히 있지만 상습적으로 빚을 갚지 않아 신용등급이 낮아진 사람들도 서민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서민금융이 이런 식으로 계속 운용된다면 또 다른 포퓰리즘의 산물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마침 정부가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서민금융의 문제점을 시정하기로 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말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 나가기 바란다. 그 방향은 소득 등 자격요건을 강화해 혜택을 줘서는 안되는 사람을 걸러내되, 대출절차는 간소화하는 등의 형태가 돼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은 잠시 좋을 수는 있어도 결국 나라를 어렵게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상경제대책회의 발언은 서민금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