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산업이 경기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미국 주요 항공업체들은 올 2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최근 항공업체들의 뚜렷한 실적 회복세가 경기 회복보다는 대규모 감원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지난 6월 미 항공산업의 일자리 수는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금융위기 후 항공업체들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자리를 계속 줄이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금융위기 후 일자리 5만4000개 줄어

미 수송통계국(BTS)에 따르면 6월 미 항공산업의 일자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56만3551개였다. 13년 만에 최저치다. 일자리 감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최근 2년 동안 줄어든 일자리는 전체의 16%인 5만4000개에 달한다.

미국 항공업계의 인수 · 합병(M&A)도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이다. 델타는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했다. 지난 5월엔 유나이티드항공(UA)과 콘티넨털항공도 합병에 합의했다. 이 같은 M&A 후 항공사들은 일자리 삭감에 나섰다. 콘티넨털은 지난해 대비 일자리 수가 7.6%,UA는 3.4% 줄었다.

델타,콘티넨털 등 항공업체들이 지난 2분기에 흑자전환한 이유도 결국은 대규모 감원과 노선 축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월시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더라도 항공업계는 일자리 수를 계속 줄여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노선을 축소하면 그만큼 직원 수는 줄어들게 된다. 경기 회복으로 승객 수가 늘면 노선이 축소되더라도 남아 있는 비행기의 좌석 예약률을 끌어올릴 수 있어 회사에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항공업체들이 주장하는 효율 개선은 일자리 수를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커지는 항공업계 종사자의 스트레스

항공업체 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AP통신은 "경기 회복으로 승객 수는 늘어나는 반면 감원이 계속돼 남아 있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저가항공사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저가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직원 수도 최소화할 뿐 아니라 급료도 적게 주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승객이 열받게 한다"며 비상탈출구로 나가버려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승무원의 소동도 결국 이런 스트레스에서 비롯됐다. 소동이 벌어진 제트블루는 저가항공업계에서도 가장 급료를 적게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기 휴가도 없다. 게다가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노조도 없다.

파일럿이나 승무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항공업계가 파일럿이나 승무원 수를 일정 수준까지 줄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바람에 비행기 밖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감원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예약 카운터 직원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항공예약 비중이 늘어나면서 업체들이 이들 직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아직 경기 회복을 말하긴 일러

하지만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파산 신청을 한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멕시카나항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높은 직원 임금을 멕시카나항공의 부실 원인으로 꼽았다. 이 회사는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에 비해 평균 급료가 49% 높았다. 승객 수요는 경기 회복에 힘입어 늘어났지만 고(高)임금에 따른 경쟁력 하락이 회사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항공업계의 경기 회복도 아직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행기 교체 수요가 늘어나는 등 항공산업이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말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국의 경기침체 징후 때문에 항공업계의 감원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